정권이 교체되거나 레임덕에 빠지면 경제정책들은 폐기되거나 축소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 현 경제정책들도 위태로운 상황. 하지만 경제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될때 예측 가능성을 높여 시장의 신뢰를 받게된다. 장기적인 경제 성장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전제이기도 하다. 편집자주 |
윤석열 정부는 120대 국정과제를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 및 권익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일상과 밀접히 관련된 금융제도를 개선해 국민생활을 더 든든하고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금융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였다.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목표 하에 예대금리차 공시 강화는 첫 번째 과제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은행들이 높은 예대금리차를 바탕으로 손쉽게 돈을 번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들이 금융 소비자들로부터 폭리를 취한다는 것이다. 대출금리가 1% 오를 경우, 가계의 이자부담은 12조5000억원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도 제시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공약 중 하나로 은행들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차이를 주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예대금리 공시를 기존 분기보고서 차원이 아닌 매월 확인 가능한 비교공시 형태로 변경하는 것이 골자다.
시중은행이 가산금리 산정시 리스크를 적절하게 설정했는지, 담합 요소가 있는지 등을 면밀히 살피도록 한다는 구상이었다. 시중은행들이 정보 비대칭을 이용해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공시 강화를 통해 기대한 예대금리차 축소 효과는 아직 미미한 상태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 예대금리차는 지난달 20개월 만에 모두 1%포인트를 돌파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에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 들어서 예대금리차,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 등 공시 업무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새로운 정보도 아니고 이미 공개하고 있던 수치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예대금리차 공시에 대해서도 “결과적으로 예대마진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봤다.
윤 대통령은 은행업을 과점을 해소하고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장으로 봤다. 당국은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가동을 시작했다. 신규 플레이어를 투입하기 위해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이 지난 5월 시중은행 전환 인가 받았다. 새로운 시중은행 출범은 32년 만의 일이다. 또 당국은 제4인터넷은행 출범 위해 내년 3월 인가신청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보험업권의 경우, 비급여·실손의료보험 개혁안 등 주요 국정과제가 추진 중이다. 실손보험은 40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지만 적자가 심각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 의료개혁의 시급성을 지적하며 올해 안에 실손보험 개선안을 마련할 것을 관계부처 장관에게 지시했다.
보험사가 지급하는 실손보험금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공시한 2020~2022년 실손보험 지급보험금 현황을 보면 실손보험에서 지출한 급여 치료비 자기부담금은 2020년 4조382억원에서 2022년 5조281억원으로 24.5% 증가했다. 비급여 치료비는 같은 기간 7조8587억원으로 11.1% 늘었다.
보험사들의 손해율은 이미 100%를 넘어 12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 전세대 위험손해율은 2022년 117.2%, 2023년 118.3%에서 올해 상반기 118.5%로 증가세다. 손해율이 100%를 넘었다는 건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이 많아 적자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보험업계는 비급여 치료에서 발생한 풍선효과로 의료비가 크게 늘었다고 본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가 전체 실손 지급보험금의 17%”라며 대안으로 비급여 치료 횟수 제한과 비급여의 급여화를 들었다. 의료계는 환자가 받을 수 있는 치료를 제한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두 업계의 입장차를 조율하지 않으면 실손 개혁은 어렵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진보 정권은 과거 금융업에 전반적으로 규제 위주의 정책을 많이 시행했다”면서 “하지만 너무 규제일면도로 나가서 직접적인 규제를 시행하면, 은행들은 어떻게든 이자보전을 하려하고 결국 대출금리 인상 등 소비자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때문에 예대금리 공시 강화같은 간접적 규제 방식을 계속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실손보험과 관련해서도 “일부 소비자들이 의료 쇼핑을 하고, 수익 창출을 위해 이를 부추기는 병원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속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해서라도 탄핵 정국과는 무관하게 비급여로 인한 누수 문제 해결 등 실손보험 개혁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