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배추·사과 등 농산물 비축 기간과 계약 물량을 늘리기로 했다. 되풀이되는 농산물 수급 불안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3일 주요 현안 해법 회의에서 ‘더 튼튼한 민생, 더 나은 농업·농촌의 미래’를 목표로 이 같은 내용의 올해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국민 생활에 영향력이 큰 농축산물 10대 품목을 중심으로 수급 위험을 관리하고 공급 여력을 확대한다. 10대 품목은 배추, 무, 마늘, 양파, 사과, 배, 한우,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등이다.
농식품부는 강원 여름배추, 제주 월동무 등 지역 자조금을 새로 도입하는 등 민관협업에 기반한 수급관리를 강화한다. 또 위험 요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예비묘를 올해 250만주로 지난해보다 25% 늘린다.
배추 비축 기간을 2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하기 위해 작물 호흡을 억제하는 ‘기체제어(CA)’ 기술을 도입하고 주요 농산물 계약재배 물량을 25%에서 30%로 확대한다. 해외에서 채소류를 적기에 들여올 수 있도록 해외농업개발 모델 구축에 나선다.
축산물 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오는 6월부터 단기 사육 한우를 시범 판매·유통하고 하반기 별도 등급제를 도입한다. 축산물 온라인 거래액은 2800억원까지 확대한다.
이상 기후에 대비해 농업 생산·유통 밸류체인을 재정비한다. 농식품부는 농업위성, 드론 등을 기반으로 예측·관측을 고도화하고 배추와 사과 신규산지를 육성한다. 또 ‘기후 적응형 배추 ‘하라듀’ 등의 실증단지(18㏊)를 강원 평창·양구·정선, 전북 무주·남원 등에 조성하기로 했다.
유통 단계에서는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액 1조원을 목표로 장기 예약거래 등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스마트 산지유통센터(APC)를 60곳으로 늘린다.
농업인 소득안정을 위해서는 기본 면적직불 단가를 5% 인상하고, 농외소득 기준(3700만원)도 완화하기로 했다. 또 농업수입안정보험을 전면 도입해 전국에서 9개 품목에 시행하고 6개 품목을 시범 운영한다.
수입 비료·사료 원자재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구매자금 융자 지원을 확대한다. 사료뿐 아니라 비료도 공동구매 수입을 하도록 하고, 외국인 계절근로 규모는 상반기 약 6만7000명으로 늘린다. 이 밖에 ‘찾아가는 농촌 서비스’로 의료 왕진버스 대상(15만명)과 농촌형 교통모델 대상(720만명), 이동식 생필품 판매·배달 서비스 지역(9곳)도 각각 확대한다.
식품·외식 분야 소상공인의 경영비 부담도 완화한다. 청년이 운영하는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원료매입 자금 금리를 2%로 인하하고, 오는 3월에는 수수료가 0∼2%인 공공배달앱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다. 전통주는 지역농산물 제조 원료 규제를 완화하고 증류식 쌀 소주 등 전통주 시장 육성 방안을 마련한다. 농식품 바우처 본사업, 천원의 아침밥, 우유급식 등 먹거리 안전망 사업에는 870억원을 투입한다.
약 30년간 농지는 농산물 생산으로 활용처가 제한돼 있었으나, 주말 체험 영농과 농약·비료 판매시설 같은 농산업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농지법과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주말 체험 농장의 경우 비진흥지역 농지에서만 운영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 지자체가 지정한 지구에서는 이른바 '절대농지'로 불리는 진흥지역 농지도 이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농지 활용 범위 확대에 따라 농지 소유 자격과 취득 절차도 완화된다. 주말농장용 소규모 농지 취득을 위해 작성해야 하는 계획서 항목이 간소화되는 식이다.
농식품부는 이해 관계자와 전문가, 국회 등의 의견을 모아 상반기 내 세부 개편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쌀 생산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력해 올해 벼 재배면적 8만㏊를 줄이고 시도별로 고품질 쌀 전문생산단지를 한 곳씩 시범 운영하도록 한다. 농산업에 진입하는 청년에게는 정착자금과 맞춤형 실습교육, 10년 장기 임대 스마트팜 등을 지원하고 농촌보금자리주택을 27곳으로 늘린다.
농식품부는 스마트농업 생산 비중을 20%로 확대하고, 육성지구 네 곳을 조성하기로 했다. 푸드테크, 그린바이오 등 전후방 신산업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인프라에 1천212억원을 투입하고, 식품 제조 분야 스마트공장 70곳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밖에 400억원 규모의 미래혁신성장펀드를 활용해 신산업 분야에서 민간투자를 확대한다. 오는 3월 중장기 농식품 R&D 투자 로드맵을 마련하고 100억원 규모의 농산업 분야 민간제안펀드를 새로 조성한다.
농식품과 전후방 산업을 더한 ‘K-푸드 플러스(+)’ 수출액을 올해 140억달러(약 20조6000억원)로 확대한다. 중동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시장과 미중일 중소 도시 중심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라면, 포도 등 10대 농식품 수출전략 품목을 중심으로 제품개발과 마케팅 등을 지원한다.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방역등급제를 시범 도입하고 위험도 평가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친환경 분야에서도 이달 정책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농업 분야 탄소 크레딧 거래 기반을 마련하며 지자체 농촌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올해는 민생 안정을 최우선으로, 농업인의 어려움 해결과 국민들의 삶을 위한 민생 과제들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그동안 준비해 온 농업·농촌의 미래를 위한 과제들도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