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필의 視線] 노가리 맥주집 ‘맛집’으로 뽑은 충남도

[조한필의 視線] 노가리 맥주집 ‘맛집’으로 뽑은 충남도

기사승인 2025-01-21 13:21:55
충남도는 지난해 8월 ‘충남서로e음’를 통해 15개 시·군 맛집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17일의 충남 맛집 59곳 선정 발표는 이를 토대로 한 것이다. 충남서로e음 캡처

지난 17일 충남도가 ‘충남 방문의 해’를 맞아 15개 시·군 ‘대표 맛집’ 59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마침 20일 천안시도 맛집 68곳을 뽑아 ‘맛있는 여행, 천안’ 소책자를 발간했다.

그런데 충남도가 뽑은 천안의 대표 맛집 4곳 중 2군데는 천안시 68곳 맛집에서 빠져 있었다. “뭔가 선정 기준이 달라서 그렇겠지” 생각했다. 근데 충남도(관광진흥과)와 천안시(식품안전과) 담당 부서와 통화해 보니, 결론은 “합당한 기준이 아예 없다”였다. 

충남도는 지난해 여름 각 시·군에 맛집 5곳 정도씩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맛집 리스트를 도민 참여 사이트 ‘충남서로e음’에 올리고 8월 23일부터 15일간 여론조사를 했다. 한 명이 두 군데씩 선택할 수 있게 했는데 1358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이것은 각 시·군이 뽑은 맛집에 대한 인기도 조사에 불과했다. 도는 이들 중 맛집 선정을 원하지 않는 곳들만 솎아내 발표했다. 명확히 말해 도가 뽑은 게 아니라 시·군이 뽑은 맛집이었다. 

문제는 시·군들이 큰 성의 없이 뽑아 도에 추천한 것 같다는 것이다. 천안시의 경우, 관광과나 식품안전과가 도에 추천한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충남서로e음에 오른 천안 맛집 후보는 7곳이었다. ‘병천순대거리’ ‘우렁쌈밥’ 등 특정 상호명이 없는 것도 있었다. 도가 명확한 추천 기준을 알리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도는 재추천을 요청하지 않고 그대로 여론조사에 포함시켰다. 병천순대거리가 인기도 70%로 1위를 차지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천안서 20여 년 살았지만 우렁쌈밥(2위, 21.6%)이 이곳서 유명한 것도 이번에 알았다.

다른 시·군의 생소한 맛집을 인터넷 조회해 봤다. 계룡시 맛집 중에 ‘특이한’ 곳이 있었다. 마른안주, 노가리, 오징어와 맥주를 파는 엄사면 C호프집이다. 밤 12시까지 영업하는데, 댓글들을 보니 지역서 꽤 인기있는 곳인 듯하다. 점심에 돈가스가 많이 팔려 맛집에 추천한 모양이다.

당진시의 경우 맛집 4곳 중 카페로 분류되는 로드1950과 해어름이 포함됐다. 경치 좋고, 베이커리 파는 카페 2곳이 오를 정도로 당진에 맛집이 없진 않은데… 예산군은 5곳 중 갈비집 2곳, 어죽집 2곳이 뽑혀 “한 쪽으로 편중됐다”는 느낌이다. 이 모두, 도에서 선정 기준을 명확히 전달하지 않아 비롯된 일이다. 

지난 17일 충남도가 대천시의 한 음식점에 ‘충청남도 대표 맛집 인증패’를 전달했다. 충남도

천안시로 다시 가보자. 약 230명이 조사 참여했는데, 순대거리와 우렁쌈밥에 ‘무의미한’ 한 표씩 던졌다. 나머지 한 표만 상호명 있는 5곳에 투표했다. 맛집 선정을 원하지 않은 한 곳만 빼고 4곳 모두 선정됐다. 그중 2곳이 정작 천안시 선정 맛집에선 빠졌는데 그 까닭을 추측해 보자. 2곳 모두 많은 시민이 찾은 건 맞다. 그러나 유량동 한정식집은 천안의 더 오래된 유사 한정식집을 제치고 선정될만한 ‘대표성’은 부족한 곳이다. 신부동 칼국수집도 마찬가지. 된장 고추장을 풀어 꿇이는 장칼국수는 강원도 향토음식으로 천안만의 ‘차별성’ 있는 음식이 결코 아니다. 

이상의 내용에서 맛집 선정 기준으로 참고할 사항을 유추해낼 수 있을 것이다. 지역 맛집은 외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대표 상품이다. 요즘은 맛집 때문에 그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맛집 한 곳이 지역 관광사업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이름값을 올린 대전 성심당이 그렇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잘못 알려진 맛집이 지역 이미지를 구긴다. 10여 년이다. 전남 나주의 유명 한정식집에 예약하고 들렀다가, 완전 실망해 현지 숙박 일정까지 취소한 적이 있다. 어제 천안 유량동의 유명 흑염소탕집에서 딱 그런 경험을 했다. 맛집 신뢰는 하루아침에 잃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조한필 천안·아산 선임기자 
조한필 기자
chohp11@kukinews.com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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