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대기 중인 탄핵 심판…헌재, ‘늑장 선고’로 국정 혼란 키워

줄줄이 대기 중인 탄핵 심판…헌재, ‘늑장 선고’로 국정 혼란 키워

기사승인 2025-01-24 06:31:17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직무에 복귀하게 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심판 청구 사건 선고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조계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에 대한 판단이 늦어지면서 국정 혼란 상태가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뿐을 비롯해 한덕수 국무총리, 최재해 감사원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켜 ‘줄탄핵’했다. 

24일 헌법재판소는 전날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8월 2일 취임 이틀 만에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174일 만에 직무에 복귀하게 됐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즉시 직무 정지 상태가 된다. 헌재가 최종 결론을 내릴 때까지 업무 공백 상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야당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한덕수 국무총리마저 탄핵시키면서 총리 공백은 27일째 이어지고 있으며, 최재해 감사원장은 49일째, 박성재 법무장관은 42일째 직무가 정지돼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이 기각되자 “이재명 세력의 탄핵 남발, 입법 독재의 민낮이 드러났다”며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172일간 방통위 기능을 마비시킨 것만으로도 민주당과 이재명 세력의 정략적이고 악의적인 이진숙 탄핵은 성공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법에는 헌재가 탄핵심판 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결론을 내리도록 돼 있지만 이 조항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정은 아니다. 따라서 사건에 따라 이보다 늦어지기도 한다. 안동완 검사와 이정섭 검사 사건은 ‘기각 결정’이 나올 때까지 각각 252일, 270일이 걸렸다. 

헌재는 재판 지연의 이유 중 하나로 재판관 9명 중 3명이 공석인 ‘6인 체제’가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사건 심리와 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6인 체제’를 이유로 판단을 미룬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헌재는 지난 10월 ‘재판관이 7명 이상 있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법 조항의 효력을 스스로 정지하면서 ‘6인 체제’에서도 탄핵심리는 가능하게 만들었다.

법조계와 법학계 인사들은 탄핵 요건을 갖추지 않았음이 명백할 때는 헌재가 본안 심리 없이 ‘공소 기각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탄핵소추 내용을 봤을 때 헌법이나 법률 위반이 인정되지 않거나, 파면할 정도의 법률·헌법 위반이 아닌 게 명백할 경우 법원처럼 ‘공소 기각’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형사사건에서 기본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심리 없이 공소 기각 결정을 내린다. 헌재법에는 공소 기각 규정이 없지만, 헌재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는 만큼 ‘공소 기각’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역시 “탄핵 사건 중 오래 끌 이유가 없는 사건은 헌재가 빠르게 판단해 바로 각하해야 한다”고 했다.  
정혜선 기자
firstwoo@kukinews.com
정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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