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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2023년 하반기 추진됐어야 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대한 국회 보고 절차가 19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통과 여부에 따라 에너지업계를 비롯해 국가 에너지산업 전체에 막대한 영향이 있을 전망이어서 업계 전체의 관심이 모인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 일정을 확정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수립한 11차 전기본의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국회 보고가 원활히 이뤄지면 산업부는 전력정책심의회 심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 전기본을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전기본은 전기사업법 제25조에 따라 2년에 한 번씩 수립되며, 전력수급의 기본방향, 장기 수급전망, 발전 및 송변전설비 계획, 수요관리, 분산형전원 확대 등 15년간의 장기 국가전력설비계획을 수립한다. 이번 11차 전기본은 2024년부터 2038년까지의 계획으로, 당초 2023년 하반기쯤 수립돼야 했으나 여야 갈등으로 미뤄지다 지난해 5월 실무안을 발표하고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오늘에 이르렀다.
산업부가 마련한 절충안은 오는 2038년까지 신규 대형 원전 건설 목표는 기존 3기에서 2기로 축소하고,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 2.4GW(기가와트)를 추가 확대하는 내용이다. 이를 근거로 한 2038년 발전 예상량은 원전 248TWh(테라와트시), 재생에너지 206.2TWh로 집계됐다.
목표 발전량 달성을 위해 산업부는 산단태양광과 수상태양광 및 주차장태양광을 확대하고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개선, 데이터센터 수요 분산 등의 범부처 정책을 통해 태양광 보급을 추가 확대하는 한편, 원전의 계속운전 및 SMR(소형모듈원전) 기술개발 확대 등 발전원별 정책들을 속도 있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본은 AI 시대 등 변화하는 전력산업 속에서 전력 수요·공급 계획에 대한 기본 틀을 마련하고, 목표량을 실현하기 위한 부수적인 정책들을 밑받침하는 중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업계에선 그간 이러한 최신 전기본의 부재로 신사업 등 발전량과 발전원을 확대할 수 있는 세부 계획들을 과감히 추진할 수 없었다. 10차 전기본에 따라 지난해 신한울 3·4호기 착공에 돌입한 원전업계가 11차 전기본을 통해 신규 원전 2기, SMR 1기 등 추가 증설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만약 11차 전기본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이러한 추가 증설 계획도 멈추는 셈이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11차 전기본이 확정된다면 이후 발 빠르게 건설부지 선정 및 관련 법에 따른 인허가 절차를 거쳐 2035년 SMR 준공 계획을 준수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라며 “만약 전기본이 미확정될 경우에는 사업 일정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추진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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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업계도 마찬가지다. 전력거래소는 올해 초 착공에 돌입한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92MWh 장주기 BESS(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 설치 사업에 이어 두 번째 BESS 사업 발주를 계획 중이다. ESS 산업은 안정성·경제성을 이유로 2018년 전후 위축됐다가 그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전력계통망 안정화의 열쇠로 여겨지고 있다. 정부 역시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통해 오는 2026년부터 매년 500MW 규모의 장주기 BESS를 설치해 2038년까지 총 21.5GW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발주부터 준공까지 약 2년의 시간을 고려하면, 전기본 확정에 따라 사업을 즉각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전력 입장에서도 11차 전기본 통과 여부에 따라 제11차 송변전계획 등을 수립하는 데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송변전계획은 전력수요 예측치 및 발전계획에 따라 작성되므로 11차 전기본이 확정돼야만 세부 내용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본이 이번 국회서 통과된다면 상반기 중 새로운 송변전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홍근기 고려대학교 교수는 “전기본은 말 그대로 기본법으로, 향후 전력수요가 어느 정도 될 것이며 이것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마련하는 거시적인 틀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이러한 거시적 목표에 따라 계통유지 전략, 전력계통망 확보전략을 확충해 가는 가이드 역할을 하고, LNG(액화천연가스)발전소 등 에너지발전원 증축 과정에서의 투자 계획과도 연동되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여야가 11차 전기본의 극심한 지연에 따른 국민 불편 등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논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틀 전인 지난 17일 열린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서 ‘에너지3법(전력망확충법·고준위방폐장법·해상풍력특별법)’이 전부 통과된 점도 전기본 통과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야당 측 산자위 간사인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회의 당시 기자들과 만나 “이견이 있는 조항이 일부 있었지만, 합의를 거쳐 대안을 의결했다”면서 “19일 전체회의 때 전기본과 에너지3법을 같이 처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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