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서울 광진구 화양초등학교 교문 앞. ‘꿈과 사랑이 가득한 행복한 학교’라고 적힌 문구가 무색하게도 교정 앞에는 적막감만 감돌았다. 화양초는 학령인구 감소 등 이유로 지난 2023년 2월 문을 닫았다. 운동장과 러닝 트랙에는 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곳에 남은 것은 쓰레기와 담배꽁초뿐이었다.
화양초 부지는 폐교된 지 2년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활용 계획이 정해지지 않은 채 버려진 땅이다. 이날도 인근 주민들만 간간이 찾아와 산책을 했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학급편성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초등학생 수는 지난해 기준 36만4910명으로 10년간 약 9만3000명이 감소했다. ‘학교알리미’ 공시정보 기준 지난해 서울 강남구·서초구의 초등학교 57곳 중 30곳의 신입생이 100명을 넘지 못했다.
서울에서 문을 닫는 학교는 꾸준히 늘고 있다. 현재 서울 내 폐교는 총 6곳이다. 공진중·염강초(2020년도 폐교) 화양초(2023년도) 도봉고·덕수고·성수공고(2024년도)가 있다. 문제는 부지 활용 방안의 답을 찾지 못한 일부 학교가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열린 제328회 시의회에서도 폐교 부지 활용에 대한 시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홍국표 서울시의원은 시정질문을 통해 “현재 서울 시내 6개 폐교 부지는 서울시에 있는 중고등 평균 부지면적의 약 3배가 넘는다”며 “부지 활용 계획이나 재원 조달이 전혀 안 된 상태”라고 말했다. 황철규 서울시의원도 “현재 서울시교육청의 활용계획에는 지역 특성에 대한 고려나 장기적인 비전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양초 부지가 2년 넘게 새로운 역할을 찾지 못하는 배경에는 관계기간 간 이견과 주민 반대 등 상황이 얽혀있다. 서울시와 광진구, 서울시교육청 등은 화양초 부지 활용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초 광진구는 청년 복지시설을 요구했다. 그러나 400억대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고 지난 2023년 사업 포기 입장을 내놨다.
최근 시교육청은 청년을 위한 행복기숙사 건축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거센 주민 반대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화양동에서 50년 거주한 신모(80·여)씨는 “인근에 아파트가 많이 없다. 근처 사는 주민들은 단독주택에서 학생들에게 방을 내어주고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신모씨도 인근 건국대학교, 세종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임대업을 하고 있다. 신씨는 “학교 기숙사보다 저렴한 기숙사가 단독주택 가운데 생기면 우리는 어떻게 사냐”며 “아파트나 수영장을 지을 수도 있지 않냐. 뭐를 하든 주변 주민들의 협조와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교육청 측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로선 부지 활용과 관련해서 설명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해 줘야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방치된 폐교의 시설 노후화를 막기 위해 시교육청 측은 임시로 일부 건물을 활용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역 주민 복합 시설이 들어서야 하는데, 기간이 길어지다보니 필요한 부에서 일부를 활용하고 있다”며 “운동장은 광진구가 주차장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폐교된 이후에 활용 계획이 확정되려면 대체로 5~10년 정도 걸린다. 현재 기본적인 활용 방안은 짜져 있지만 100% 확정은 아니다”라며 “가장 앞서 폐교한 공진중 외 5개교에 대해서는 올봄부터 기본계획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