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처분 중심의 정부 주도 가축전염병 방역체계가 백신 접종 등을 통한 지자체 및 민간 자율예방으로 개편된다. 특히 방역 우수 농가에 대한 인센티브가 강화된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5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가축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한 청정 축산 실현을 위해 ‘중장기 가축방역 발전 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전염병은 가축의 폐사로 인한 생산성 저하뿐만 아니라 축산물 가격상승 등을 초래해 사회적·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유발했다.
그간 정부는 재정과 인력을 집중 투입해 가축전염병의 대규모 확산을 차단했다. 다만 일부 농가들은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위반하는 등 방역 의식이 아직 부족하고, 가축전염병 다양화, 동물복지 인식 확산 등 방역 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가축전염병 예방 및 관리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지자체, 생산자 단체, 현장 전문가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자율방역 강화 △사전예방 시스템 효율화 △신종 전염병·소모성 질병 등 대응강화 △방역 인프라 확충을 주요 과제로 하는 중장기 가축방역 발전 대책을 마련했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가축전염병의 사전 예방 역할 강화다. 가축전염병 발생에 따른 가축 살처분, 물가 상승 등의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우선 농장 시설 및 사육 현황, 주변 지형, 차량 출입 빈도, 매개체 분포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위험 지역·농가를 선별해 예찰·소독 등 방역자원을 효율적으로 투입하는 스마트 방역을 추진한다.
지난해 말부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시범 적용 중인 인공지능(AI) 활용 위험도 평가를 올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까지 확대하고 위험도 평가지표를 다양화·고도화해 평가 정확도 44%에서 85%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농식품부는 축산차량 통행량, 가축전염병 발생 정보 등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KAHIS) 내 방역 정보를 2026년부터 민간에 공개하고, 질병 분석·예측 고도화 등을 위해 차세대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KAHIS) 전환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가축전염병 전파의 주요 요인인 사람, 차량 등의 관리도 강화한다. 축산농가에만 부여된 소독 등 방역수칙 준수 의무를 축산관계시설의 영업자, 축산차량 운전자, 농장 근로자까지 확대해 방역 책임의식을 강화한다.
특히 국내 유입 가능성이 높은 가성우역, 아프리카마역 등에 대한 대비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한다. 바이러스 국내 유입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올해부터 가성우역(야생고라니 등)과 아프리카마역(파리·모기 등)의 주요 매개체에 대한 예찰을 추진한다 또한, 가성우역과 아프리카마역의 백신을 비축하고, 긴급행동지침(SOP)도 각각 마련한다.
가축방역 연구협의체를 구성해 방역 연구개발도 강화해 나간다. 구제역, 럼피스킨 등 주요 수입 백신에 대한 국산화를 추진하고, 구제역 백신 이상육 피해 감소 등을 위한 피내접종용 백신 개발도 추진한다. 현장 수요가 높은 방역시설, 소독제 등에 대한 차단방역 효과에 대해서도 실증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 브루셀라 등 인수공통전염병의 경우 농촌진흥청, 질병관리청 등과 협업해 표준 교안 및 영상 제작 등 교육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예방 교육을 강화한다.
이와 함께 지자체가 지역 여건별 맞춤형 방역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정부는 지자체의 계획 이행을 관리·지원하는 지역 주도 자율방역체계를 구축한다. 광역지자체는 3년마다 가축전염병 예방 및 관리대책을 수립하고, 기초지자체는 과거 가축전염병 발생 상황 등을 고려해 위험농가 및 축산관계시설 관리, 밀집단지 방역, 중점방역관리지구 관리 등의 방역계획을 매년 수립한다.
농식품부는 지자체의 방역대책을 평가해 우수지자체에 대해 2026년부터 방역 관련 사업을 우선 지원하는 등 지자체 평가 및 환류를 강화한다. 방역에 대한 농가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생산자 단체 등과 협업해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가칭)’와 같은 농가 자율방역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방역 우수농장에 대해선 축산사업 우선지원 등 인센티브를 확대·강화한다.
가축전염병 예방 및 관리와 관련된 민간 산업 생태계도 조성한다. 농장 소독·방제 등을 전문으로 수행하는 방역위생관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소독·방제 표준 매뉴얼을 제작·배포하고 민간 컨설팅 산업 육성을 위해 2026년부터 우수 컨설턴트 인증제를 도입한다.
시·도 가축방역기관이 중심이 되어 추진 중인 가축전염병 정기 예찰에 민간질병진단기관(민간병성감정기관)의 참여 비중을 지속 확대해 나가고, 가축 살처분, 사체 처리 등을 전문으로 수행하는 가축폐기물 처리업을 신설해 관련 분야의 산업화를 유도하는 동시에 살처분 과정에서의 방역 취약요인 관리를 강화한다.
이밖에 현재 명확한 기준 없이 제1종부터 제3종까지 단순 분류된 법정 가축전염병들을 치명률, 전파력 등을 고려해 분류 기준을 구체화하고 재분류한다. 새로운 분류기준과 질병 위험도 등에 맞게 일시이동중지, 살처분 등 주요 방역 조치도 종별로 차등적용하도록 체계화한다.
송미령 장관은 “이번 대책은 특정 가축전염병이 아닌 예방-발생대응-사후관리를 포괄하는 방역 정책을 다룬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정부는 이번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가축전염병 발생 및 피해를 최소화해 나갈 것이며, 지자체와 민간에서도 지역-민간 주도 자율방역으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하여 주시기를 당부드린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