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페이백’으로 직원 월급 준다는 바둑협회 [데스크 창]

보조금 ‘페이백’으로 직원 월급 준다는 바둑협회 [데스크 창]

기사승인 2025-03-13 12:37:59 업데이트 2025-03-13 18:16:26
이영재 문화스포츠부장
지난해 체육계를 넘어 전 국민적인 공분을 산 대한배드민턴협회 ‘스폰서 페이백’ 논란이 있었다. 배드민턴협회 측은 “운영상 미흡한 점은 있었지만 부적절한 ‘빼돌리기’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협회는 배드민턴 용품 전문 업체 ‘요넥스’와 2만타의 셔틀곡을 계약하고 6000타를 추가로 받았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억원에 육박한다. 보조금법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 배드민턴협회 측은 “페이백을 받은 셔틀콕을 김택규 회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았고, 승강제 등 대회를 치르는 각 시도협회에 분배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변명은 전혀 통하지 않았고,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전방위적 감사를 실시한 문화체육관광부는 김택규 회장 해임 및 사무처장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한 바 있다.

이와 유사한 일이 정부 보조금으로 연간 21억6200만원을 받는 대한바둑협회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쿠키뉴스가 지난해 8월5일 단독 보도한 ‘[단독] 바둑협회-바둑회사 ‘나랏돈 페이백’ 적발’ 기사에는 대한바둑협회가 독점 권리가 없는 후원사와 4년 동안 26회에 걸쳐 5억6088만원의 수의계약을 맺고, 같은 기간 동일한 후원사로부터 수의계약 금액 35.4%에 달하는 1억9865만원의 기부금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대한체육회 감사실을 통해 공식 확인된 내용으로, 대한바둑협회는 해당 기부금을 ‘직원 월급’에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대한바둑협회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대한체육회로부터 받는 비용만으로는 직원들의 월급을 제대로 줄 수 없다”면서 “바둑 업체들에 보조금 사업을 주고 기부금을 받은 것은 맞지만, 이는 모두 직원 월급 및 협회 운영비로 사용됐다”고 말했다.

보조금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대한체육회 감사실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종목 단체들의 재정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기부금’을 받는 것은 일반적”이라면서도 “특정 업체와 보조금을 사용해 수의계약을 맺고, 기부금을 통해 ‘페이백’ 받은 돈을 사무처 직원들 월급을 주는 데 사용했다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바둑협회가 사무처장의 연봉을 인상하고, 대한체육회 지원금이 나오는 수준 이상으로 직원 채용을 늘린 점이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회장에 취임한 인사는 소문난 재력가로, 사무처장의 연봉 인상분은 물론 신규 채용한 직원 월급까지 모두 사비로 충당했다. 하지만 경제적 여력이 되지 않는 사람이 회장으로 취임하면, 직원들 월급을 주기 위한 명목으로 보조금을 활용해 ‘페이백’을 받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편 대한바둑협회는 2023년 경영공시 기준으로 단·급증 인허수입 1억4000만원, 자격증 수입으로 3000만원을 벌었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건전한 수익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바둑협회가 보조금 페이백과 같은 부적절한 방법 대신 ‘묘수’를 찾아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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