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美 대중국 제재 간접 영향…비우호적 업황 지속”

“석화업계, 美 대중국 제재 간접 영향…비우호적 업황 지속”

기사승인 2025-03-17 17:40:42
석유화학회사가 밀집된 여수국가산업단지 전경. 전남도 제공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업계가 올해도 국내외 비우호적인 수급구조가 지속되면서 녹록지 않은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채무상환 능력이 약화해 신용위험이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17일 석화업계와 관련해 “2025~2026년 수급 전망을 감안하면 비우호적 영업환경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석화업계는 해상운임 급등으로 인한 운반비 부담 등이 가중되며 합산 손익 적자 전환을 맞았다. 대부분의 주요 업스트림 회사는 연간 영업적자 전환했으며, 다운스트림 회사의 경우 주요 제품군에 따라 방향성은 상이하나 수익성은 전반적으로 전년 대비 위축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3분기 대규모 적자의 주요 원인이었던 해상운임 급등세는 4분기 들어 다소 진정된 것으로 보이나, 절대적인 수준에선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서연 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중에도 연간 수요 전망치를 상회하는 에틸렌 증설이 예정돼 있어 이에 따라 올레핀 계열 제품은 공급 과잉 상황이 이어지며 저조한 수급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아로마틱 계열 제품의 경우 올레핀 대비 추가 공급은 제한적인 상황이나, 가솔린 블렌딩 수요가 둔화하며 수급환경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글로벌 통상환경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 기조가 지속될 경우 간접적 영향으로 한국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며 “한국 석유화학 수출품은 중간재로, 중국 제조업체들이 핵심 수요처이며 미국은 중국의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인데, 관세 부과로 중국의 수출 경기가 크게 위축될 경우 그 여파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환경도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완화를 검토하는 가운데, 김 연구원은 이로 인해 중국의 원가경쟁력이 약화될 수는 있겠으나 국내 업계에까지 영향을 주긴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2022년 이후 중국은 저가 러시아·이란산 원재료 비중을 높이며(2024년 기준 약 20% 비중, 한국 0%) 압도적인 원가경쟁력을 유지해 왔는데, 향후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완화될 경우 수출 규제로 인해 크게 할인됐던 우랄 원유 가격은 점차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고, 이에 중국의 원료 도입 관련 경쟁 우위는 다소 약화될 전망”이라며 “그러나 중국 업체들은 2019년 이후 대규모 공장 내 수직계열화 공정을 구축하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왔고, 에너지 및 물류 비용도 국내보다 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중국의 원료 도입 경쟁력이 일부 약화되더라도 국내 기업들의 사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저조한 수익성 및 투자자금 소요 등으로 국내 석유화학사들의 차입부담이 과거 대비 높아져, 최근 주요 회사들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복수의 자산, 사업부를 매각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도 추가적인 사업 재편들이 논의되고 있으나 장기간의 수익성 저하로 인수자 확보와 매각가 협상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현재 진행 중인 업계 사업 재편 계획이 실제 재무적 효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단기 석화산업의 전반적인 업황은 공급 과잉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 상황이 지속되며 현재의 비우호적인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최근 주요 석유화학사들이 자금 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완화된 CAPEX(자본적 지출) 소요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사업실적으로 인해 재무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므로 석유화학사들의 채무상환 능력은 약화하며 신용위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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