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자전거 타는 법을 저절로 기억하는 이유'

[쿠키과학] '자전거 타는 법을 저절로 기억하는 이유'

뇌연구원, 운동기억 강화 원리 규명
성상교세포가 시냅스 선별 제거
파킨슨병, 헌팅턴병 등 운동인지기능 저하 치료 단서 기대

기사승인 2025-03-18 14:28:55
피질-선조체 시냅스 가소성에 대한 성상교세포 식세포작용. 한국뇌연구원

뇌 신경회로의 항상성 유지와 가소성에는 시냅스가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제거되는 과정이 필수다.

특히 뇌의 대표적인 교세포인 성상교세포는 불필요한 시냅스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포식작용을 수행한다. 성상교세포는 신경세포의 학습, 기억기능 등을 도와 뇌의 조력자로 불린다.

이와 관련해 한국뇌연구원은 신경·혈관단위체 연구그룹 박형주 박사팀은 성상교세포에 의한 불필요한 시냅스 제거 기전은 성체 뇌의 해마 내 시냅스 연결 재구성과 기억형성 조절에 필수적 역할을 수행 한다는 사실을 2021년 규명했다.

그러나 성상교세포가 뇌 속 모든 신경회로를 인식해 조절하는지, 특정 신경회로만 선택적으로 인식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성상교세포가 시냅스 선별 제거 확인

박 박사팀은 최근 후속연구를 통해 뇌가 운동이나 절차기억을 강화할 때 신경세포 연결부위인 시냅스 중 필요 없는 부분을 성상교세포가 선별적으로 제거한다는 사실을 새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운동학습과 절차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 ‘선조체’를 주목했다.

연구팀은 이곳의 성상교세포가 뇌의 가장 바깥층인 피질에서 선조체로 연결되는 신경회로만 선택적으로 제거해 기억을 강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자전거 타기를 배울 때 균형 잡기 어렵지만, 타는 법을 익히면 몇 년이 지나도 잊지 않는다. 이런 운동기억도 다른 기억처럼 신경세포와 시냅스를 통해 뇌에 저장된다.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울 때 반복 연습으로 필요 없는 시냅스 연결은 제거되고 중요 신경회로가 강화되는 과정이 필수다. 이 때 성상교세포가 불필요한 시냅스를 제거하는 포식작용을 한다.

연구팀은 성상교세포의 포식작용을 방해한 동물모델을 활용해 성상교세포가 성체 뇌의 선조체 영역에서 불필요한 시냅스를 제거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 선조체 내 성상교세포는 성체 해마에서와 마찬가지로 흥분성 시냅스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선조체는 피질, 시상과 같은 뇌의 다양한 영역들과 신경회로망을 구성하지만, 성상교세포의 포식작용은 대뇌피질에서 선조체로 연결되는 신경회로의 시냅스 중 필요 없는 것만 골라서 제거했다.

이를 통해 선조체 내 성상교세포의 포식작용을 방해할 경우 비정상적인 피질-선조체 시냅스들이 늘어났고, 결과적으로 피질-선조체 신경회로망의 가소성이 사라지고 운동학습 속도가 저하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향후 성상교세포가 어떻게 특정 신경회로망을 인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분자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활용한 인지기능 치료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박 박사는 “이번 연구는 성상교세포가 특정 신경회로를 선택적으로 조절해 정상적 학습과 기억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혀낸 최초의 연구”라며 “이번에 발견한 신경회로 기전을 활용하면 운동능력 관련 인지기능 저하를 회복하고 노화, 헌틴텅병 등을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뇌연구원 김지영 박사후연수연구원이 제1저자로 진행하고,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게재됐다.
(논문명: Selective regulation of corticostriatal synapses by astrocytic phagocytosis)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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