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2시간 대기하다 대원이 아기 받아”…구급대원 작심발언

“응급실 2시간 대기하다 대원이 아기 받아”…구급대원 작심발언

의정갈등 지속에 ‘응급실 뺑뺑이’ 악화
“이곳저곳 병원 찾기 위해 전전하는 현실”

기사승인 2025-03-18 16:33:00
서울권역 응급의료센터 앞에 119구급차가 주차해 있다. 박효상 기자

“병원 응급실 앞에서 2시간을 대기하다 저희 구급대원이 아이를 받았습니다.”


119 구급대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성현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소방지부 구급국장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의정갈등을 1년 이상 겪으며 ‘응급실 뺑뺑이’ 상황이 악화됐다고 토로했다.

김성현 구급국장은 이날 회견에 앞서 입고 있던 노조 조끼를 벗으며 “지난해 응급실 뺑뺑이 이슈 이후 잘못된 전달을 방지하기 위해 노조 조끼를 꼭 입고 이런 자리에 참여하라고 지시를 받았지만, 조끼를 벗고 구급대원의 입장으로 이 자리에 서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국장에 따르면 지난 1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쓰러진 외국인 임신부가 인천의 A병원에 이송됐지만, 병원 측으로부터 “산과 수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어 서울·경기 지역 병원 10여 곳에 연락을 취했으나 “임신 주수가 확인돼야 진료할 수 있다”며 수용을 거절당했다. 결국 산모는 2시간 넘게 수용 가능한 산부인과를 찾다가 구급차 안에서 출산해야 했다. 아이를 낳고 나서야 A병원은 응급 상황을 인정하고 산모와 신생아를 수용했다.

이날 119구급대원들은 의정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심화됐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최근 응급실 과부하로 인해 발생하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이곳저곳 병원을 찾기 위해 전전하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구에서 이마 열상을 입은 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치료시기를 놓쳐 사망한 사건, 회식 후 귀가하던 남성이 낙상으로 머리를 다쳤으나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귀가 조치됐다가 결국 상태가 악화된 사건 등은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현실은 국민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고 있고, 응급환자의 치료 지연에 대한 책임이 구급대에 전가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구급대원들의 몸과 마음에 상처만 쌓여가고 있다”면서 개선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단순히 전공의 사직 때문만은 아니라면서 근본적인 응급의료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구급대원들은 많이 지쳐 있고 환자를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큰 자괴감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라며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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