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설이 내린 18일 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위치한 실버벨교회가 눈 속에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3월의 크리스마스'
절기상 춘분(春分)을 이틀 앞둔 18일, 전국 곳곳에 때아닌 한파가 찾아왔다. 기상청은 "영하 40도에 달하는 북극 한기가 내려오면서 강한 폭설과 함께 급격한 기온 하락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틀째 이어진 꽃샘추위로 전국 아침 기온이 영하권을 기록하며 강원도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 특히 강원 평창군 대관령 일대는 올겨울 마지막으로 순백의 설경을 선사하며 이례적인 3월 폭설의 중심이 됐다.
쿠키뉴스는 강원도에서도 가장 많은 눈이 내린 대관령 지역을 찾아 3월의 남다른 설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봄을 앞두고 다시 찾아온 마지막 겨울 풍경이 이례적인 날씨 속에서도 색다른 장관을 연출했다.

날짜로는 이미 초봄이지만 대관령 풍경은 잠시 겨울로 돌아왔다. 기자가 찾은 18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일대는 30cm가 넘는 폭설이 내리면서 온 세상을 흰눈으로 덮었다.
동화 속 겨울왕국 ‘대관령 양떼목장’
‘아시아의 알프스’로 불리는 강원도 평창 대관령 양떼목장이 하얀 눈으로 뒤덮였다. 6만 2천여 평(204,959㎡)에 달하는 초지는 무릎 높이까지 쌓인 눈으로 은빛 장관을 이뤘다.
해발 850~900m의 구릉에 자리한 양떼목장은 봄부터 가을까지 양들을 방목하지만 겨울이면 눈 덮인 초지와 아기자기한 설경이 관람객과 사진작가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약 1.2km의 산책로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한두 시간 정도다.

17일 대관령에는 34cm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이틀간 내린 폭설로 초지가 새하얗게 뒤덮였고, 도로를 벗어난 곳은 걷기조차 힘들지만 아이들과 친구, 연인들은 설경을 즐기며 추억을 쌓았다.

관람객들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순백의 풍경을 감상하고, 탁 트인 능선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에 눈보라가 반짝이는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 셔터를 누른다.

대구에서 온 성승이(64) 씨는 “산악회에서 선자령 등반 후 들렀다”며 “양떼목장은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데, 겨울 풍경도 정말 아름답다”고 말했다.
대관령 양떼목장은 백두대간을 넘는 큰 관문에 위치해 겨울마다 한겨울 왕국 같은 모습을 선사한다.

대관령양떼목장은 아이들에게는 유익한 자연학습 체험장으로, 연인과 부부에게는 정겨운 데이트 코스로 손색이 없다

대관령 양떼목장에서는 산책로 걷기 외에도 양들에게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양은 5월 중순~10월 말까지 방목하고 겨울에는 축사 안에서 생활하는데 먹이 주기 체험장에서는 양에게 건초를 줄 수 있다. 선한 눈동자에 오밀조밀 모여있는 양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 평화로움이 가득하다.

대관령 양떼목장은 영동고속도로 대관령IC를 통해 옛 대관령휴게소에 주차한 후 7~8분 정도 오르면 매표소에 도착한다. 입장시간은 오후 4시까지이고 안전관람을 위해 아이젠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초봄 미루고 다시 순백의 겨울로…’ 대관령 실버벨교회

눈발이 약해졌다가 강해지기를 반복한 18일 영동고속도로 대관령TG를 벗어나자 낮은 언덕 위 새하얀 눈 속에 자리한 작은 교회가 눈에 들어왔다. 자연석으로 지어진 소박한 교회는 설경과 어우러져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주변 곳곳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그 인기가 실감났다.

실버벨교회는 최근 평창군을 대표하는 사진 명소이자 힐링 장소로 주목받으며 SNS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누구나 언제든 찾을 수 있도록 24시간 개방한다. 교회당 안에서 방명록을 살펴보고 있던 김지연(33)씨는 “노란 불꽃이 피어오르는 나무 장작 난로의 온기와 함께 예배당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기도했다”면서 “모처럼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에 평안과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실버벨교회의 외관은 자연석으로 만들어져 투박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을 자아낸다. 예배당 문을 열면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된 실내에 양쪽 창문을 통해 자연광이 스며든다. 중앙에는 화목난로가 놓여 있어 은은한 온기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곳에는 정기적인 예배도, 담임목사도 없다. 누구의 기부로 세워졌는지 알리는 표지판조차 없다. 다만 누군가가 묵묵히 관리를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예배당 내부에는 정면의 스테인드글라스 십자가를 향해 20~3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장의자가 놓여 있다. 강대상과 피아노, 찬송가와 성경책도 준비되어 있어 원하는 이들은 언제든 자유롭게 기도하고 예배할 수 있다.

이날 초입에서 만난 최정미(55·서울) 씨는 “갑자기 눈이 많이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와 서둘러 왔다”며 “교회도 아름답지만, 설경을 감상하며 차 한 잔 마시는 시간이 너무 여유롭고 좋다”고 말했다.
예배당 안에서 방명록을 살펴보던 김지연(33) 씨는 “나무 장작 난로의 따스함 속에서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기도했다”며 “모처럼 일상을 벗어나 마음에 평안과 위로를 얻었다”고 전했다.

평온한 설원 위 24시간 불이 켜져있는 실버벨교회는 신앙인이 아닌 이들에게도 따스함을 주변에 전하고 있다.

고산지대인 대관령 황태덕장에는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꾸덕꾸덕 황태가 말라가며 봄을 기다리고 있다. 러시아에서 공수한 명태를 깨끗이 손질하고 씻어서 덕대에 가지런히 널어두면 3월까지 넉넉한 시간 속에 자연 건조되고 숙성되어 황태로 탄생한다.
"눈보라와 칼바람에 익어가요" 대관령 황태덕장
폭설이 내린 18일 강원도 평창군 횡계리 대관령 황태덕장에 눈보라와 함께 매서운 바람이 몰아쳤다. 올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내려, 주민들은 질 좋은 황태 생산을 기대하고 있다.

겨우내 내리는 하얀 눈과 추위를 반복하며 꾸덕꾸덕 말라가는 명태를 보노라면 유명한 가곡 '명태'가 떠오른다.
황태는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천천히 말라간다. 한낮의 따뜻한 햇살 아래 몸이 부풀었다가 밤이 되면 꽁꽁 얼어붙기를 수차례 반복하며, 서너 달이 지나면 포슬포슬하고 부드러운 황태로 변신한다.

대관령은 봄과 가을이 짧고 겨울이 길다. 낮에는 온도가 오르고 밤에는 급격히 떨어지는 큰 일교차, 그리고 겨우내 쌓이는 많은 눈은 황태 건조에 최적의 조건을 만든다. 자연이 빚어내는 이 특별한 환경 덕분에 대관령 황태는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대관령양떼목장 축사 안, 어미 양의 입에서 입김이 새어나오고 있다.






대관령양떼목장을 찾은 한 관람객이 눈 덮인 산 능선의 산책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평창=글·사진 곽경근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