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권 내 대권 경쟁자인 홍준표 대구시장을 겨냥해 “우리 국민은 상대방을 속 시원하게 두드려 패주는 정치인과 하루하루를 즐겁고 실속 있게 할 정치인을 구분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 27일 ‘한국 정치의 미래를 묻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서울대 초청 강연에서 “재미있게 사안마다 코멘트하고 그게 정치적 영향력이 되지만 저는 보통 땐 존재감이 없어 답답하게 느껴지실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10년의 정치 공백을 뒤로 하고 서울시장에 다시 나왔을 때 시민들의 저에 대한 반응을 보고, 국민은 굉장히 무서운 판단력을 갖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며 “우리 국민들을 믿기에 ‘범생이’처럼 정치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조용히 일만 해서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선거가 시작되면 무서운 후보가 될 것”이라며 “만약 대선이 치러져 당내 경쟁이 시작되면 그때부턴 이겨줄 후보를 찾게 될 것이다. 속 시원한 정치인과 일 잘할 정치인은 다르다. 지켜봐 달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을 두고는 “법원까지 정치적 영향을 판단하고 결론을 내려놓고 논리를 구성한 게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대법원판결이 이제 3개월 이내에 내려져야 한다”며 “그것과 무관하게 아마도 국민 여러분은 마음속으로 다 판단을 하고 계시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싱크홀에 대해서는 “(9호선) 공사 현장과 매우 관련이 깊다고 현재까지는 분석한다”며 “팀 단위 조직을 과로 승격해 인력과 기계를 보강하고 미연에 방지할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날 △약자와의 동행 △성장과의 동행 △미래세대와의 동행 △지방과의 동행 △국제사회와의 동행 등 ‘5대 동행’을 설명하면서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실질적 전략을 제시했다.
‘선거에서 어떤 후보를 뽑아야 하느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는 “우파나 좌파를 지지해도 좋다. 다만 피상적인 관찰만으로 판단하지는 말아 달라”며 “정치 뉴스를 챙겨 보면서 판단력을 기르고, 정치인이 내놓는 정책으로 판단하라”고 조언했다.
한편 오 시장은 이날 산불 피해 지역인 경북 안동을 방문해 산불 피해 현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오 시장은 “지금 당장은 소방 인력과 의료 인력, 물품이 가장 급하다고 들었다”며 “서울시의회와도 긴밀하게 협의 중으로, 준비했던 재원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원포인트 의회라도 열어서 좀 파격적인 지원을 해보자는 차원에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