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타깃데이트펀드(TDF)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자산운용사들이 다시 몰리고 있다. 연금 자산 유치라는 명분 아래 퇴직연금 시장이 ‘ETF화’되면서 TDF ETF에 대한 관심이 재점화된 것이다.
다만 ‘은퇴자산의 자동관리 솔루션’이라는 기대와 달리 고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 친화적 상품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ETF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TDF ETF가 운용사의 ‘전략적 무기’로만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TDF ETF 경쟁에 후발 주자로 참전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달 11일 액티브 ETF 방식의 TDF ETF 3종(ACE TDF2023액티브, ACE TDF2050액티브, ACE 장기자산배분액티브)을 내놨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같은 달 25일 패시브 ETF 방식인 1종(TIGER TDF2045)을 상장했다.
운용사들의 이같은 행보는 TDF ETF 시장이 지난 3년간 시장 반응이 크지 않았던 ‘비인기 영역’이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기존 TDF 펀드 시장이 작년 기준 16조원 규모로 성장한 것과 대조적으로 TDF ETF 시장은 2753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앞서 2022년 삼성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KB자산운용이 TDF ETF 상품을 내놓은 바 있다. 출시 당시 초기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적극적 투자를 원하는 ETF 투자자들의 성향에 비춰봤을 때 알아서 자산을 배분해 주는 수동적 상품인 TDF가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평가였다.
자산 배분 상품인 TDF는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주식)과 안전자산(채권) 비중을 알아서 조절한다. 은퇴 시점이 먼 투자자일수록 위험자산인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투자자는 안전자산인 채권 비중을 높여 투자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다. 상품명에 들어있는 숫자는 은퇴 예상 시점을 의미한다. TDF는 직접 투자에 큰 관심이 없는 소극적 투자자에게 적합한 반면, ETF는 직접 시장을 분석하며 단기 운용을 선호하는 적극적 투자자 성향에 맞춰 설계된 상품이다.

ETF 투자자인 30대 직장인 유모씨는 “TDF ETF는 잘 알지 못한 상품”이라며 “ETF는 내가 단기로 운용할 수 있어야 매력이 있는데, 굳이 장기 상품을 ETF로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개인 투자자 김모씨도 “퇴직연금 안전자산으로 2년 정도 운용했는데 수익률이 크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며 “장기 상품인 만큼 큰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 다른 상품으로 옮겨탔다”고 했다.
실제 운용사별로 TDF ETF 거래량 비중은 전체 ETF 중 0.5%가 채 되지 않는다. 운용사 관계자 A씨는 “어느 운용사도 TDF ETF 거래량이 많진 않은 게 사실”며 “그나마 빈티지가 여러 개 있는 만큼 2050과 같이 은퇴 목표 시기가 멀수록 자금이 좀 들어오는 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위험자산 90% 이상 가능…퇴직연금 자산 관리, TDF ETF 괜찮나
TDF ETF 구조가 실제 퇴직연금 자산 관리에 적합한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TDF ETF를 연금계좌에 담아 운영할 경우 연금 계좌의 위험자산 투자 제한 비중인 70%를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퇴직연금 계좌의 70%(최대치)를 위험자산에 투자하고 나머지 30%를 TDF ETF에 투자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TDF ETF의 투자자산 80%가 주식이라고 할 때, 퇴직연금 계좌의 자산 94%(70%+ 30%/80%)가 위험자산인 것.
ETF로 출시돼 투자자들의 접근성은 좋아졌지만, 장기 투자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TDF의 장점은 오히려 퇴색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B씨는 “운용사들이 현재 직장을 다니는 3040대 목표 은퇴시점으로 빈티지2045, 2050을 주력으로 홍보하고 있다”며 “다만 빈티지2080과 같은 장기 상품은 현재 10대 청소년이나 (은퇴가) 가능할텐데 이런 상품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들이 TDF ETF에 다시 주목하는 배경에는 퇴직연금 자산 유치 확대라는 전략적 목적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400조원 규모로 성장한 퇴직연금 시장은 장기 투자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만큼, 선점하려는 경쟁이 ETF 시장으로까지 번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ETF 시장 점유율 1위를 놓고 삼성자산운용과 불과 3%포인트(p) 차로 경쟁 중인 미래에셋자산운용, 그리고 3위 자리를 두고 KB자산운용과 각축을 벌이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나란히 뒤늦게 TDF ETF를 상장시킨 것도 퇴직연금 시장 공략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전문가는 TDF ETF 투자에 앞서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어떤 종류의 ETF든 항상 관련 리스크가 존재한다. 특히 TDF라면 타깃데이트를 가지고 어느 정도의 사이클에 따라 운영방식이 변경된다는 의미”라며 “이러한 종류의 상품에 대해 해당 거래자와 투자자가 관련 리스크를 정확히 알고 이해하는 상황에서 거래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