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의정갈등 속 ‘수가협상’ 개시…치열한 협상 예고

경기침체·의정갈등 속 ‘수가협상’ 개시…치열한 협상 예고

건보공단, 의약단체장들과 ‘2026년도 수가협상’ 상견례
의약단체들, 경영 악화 토로…“저수가 체계 벗어나야”
재정 악화에 고민 깊어지는 건보공단…“필수의료 강화”

기사승인 2025-05-09 13:35:22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가운데)과 6명의 의약단체장들은 9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합동 간담회’를 가졌다. 신대현 기자

보건의료계 1년 살림살이를 결정짓는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협상(수가협상)’이 막을 올렸다. 대선 국면에 장기화된 의정갈등, 경제 위기 속에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담보해야 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경영 악화를 해결해야 하는 의약단체들 간 치열한 협상이 예상된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과 6명의 의약단체장들은 9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합동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자리엔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이성규 대한병원협회(병협) 회장, 박태근 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 회장,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 회장, 권영희 대한약사회(약사회) 회장, 이순옥 대한조산협회(조산협) 회장이 참석했다.

올해 수가협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1년 넘게 이어지는 의정갈등 상황에서 병·의원의 경영 위기는 커지고 있고,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는 지지부진하다. 또 대내외적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물가 인상은 가파르게 이뤄지고 있고, 대선도 앞뒀다.

이날 각 의약단체장은 경영 어려움을 토로하며 수가 인상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전공의 이탈에 따른 비상진료체계 운영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3조원 이상 지출된 상황에서 여러 부분과 맞물려 올해 수가협상도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의료기관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필수의료, 지역의료 붕괴의 주요 원인이 결국 저수가 체계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저수가 체계를 벗어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다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며 “오늘 자리가 정상화를 위한 국가의 재정 지원과 정책 추진 의지를 보건의료계에 보여주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성규 병협 회장은 의료공백 사태 장기화로 인한 병원계의 어려움을 전했다. 이 회장은 “1년 이상 지속된 전공의 이탈로 환자와 보호자의 진료 이용 불편이 따랐을 뿐만 아니라, 적정 인력 배치 어려움과 간호 인력 업무 부담 증가 등이 이어졌다”라며 “건보공단이 보험자로서 국민이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병원이 기능을 정비하고, 지역 간 균형 잡힌 의료 공급망을 유지·확충할 수 있도록 고민해 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박태근 치협 회장은 동네 치과들이 연이어 폐업하는 등 생존 위기를 겪고 있다며 지원과 관심을 촉구했다. 박 회장은 “대형치과의 확산과 덤핑치과의 문제 속에서 지역 주민의 구강 건강을 책임졌던 동네 치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에 집중적으로 재정을 투입하고 있는데, 필수적인 치과 영역에도 재정 투입이 이뤄지길 바라며 치과계의 현실을 감안한 수가협상이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6명의 의약단체장들은 9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합동 간담회’를 갖고 경영 악화를 토로하며 수가 인상 필요성을 피력했다. 신대현 기자

윤성찬 한의협 회장은 한의원과 한방병원을 분리한 수가협상을 요구했다. 윤 회장은 “각종 통계와 지표가 자세하게 나오는 있는 시대에서 한의원과 한방병원을 분리해 수가 계약을 해야 한다고 거듭 요청했지만 올해도 이뤄지지 못했다”라며 “한방병원과 한의원의 각종 통계 자료가 따로 산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내년부터라도 이 둘을 분리해 수가협상하는 구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

권영희 약사회 회장은 불안정한 의약품 수급 문제로 약국들이 품절 사태를 겪는 상황을 짚었다. 권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장기화되고 있는 의약품 품절 문제는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약국의 기능과 역할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면서 “의료대란 속에서 급속도로 늘어난 90일 이상 장기 처방은 의약품 수급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건비, 관리비 증가 등 물가 폭등으로 약국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며 “공단이 공급자와 가입자 모두를 고려한 균형점을 찾도록 노력해달라”고 피력했다.

건보 재정을 책임지는 건보공단의 셈법은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정기석 이사장은 “건강보험 재정은 유례없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비상진료체계 지원에 이어 필수의료 정책 추진에 따른 대규모 건보 재정 투입이 지난해부터 진행되고 있어 재정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 건보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재정 운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정 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하면서 필수의료 중심으로 수가를 합리적으로 조성해 나가고자 한다”며 “의료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의료 행위는 합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수가’로 불리는 요양급여비용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1년씩 계약이 이뤄지며, 매년 5월31일까지 체결해야 한다. 해마다 내는 건강보험료는 이 수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최근 수가 평균 인상률은 2021년 1.99%, 2022년 2.09%, 2023년 1.98%, 2024년 1.96%다. 건보공단은 이날 간담회를 시작으로 5월 셋째주부터 의약단체와 본격적인 협상 절차에 돌입한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