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래, 더 강하게”…GC녹십자, mRNA ‘완전체 플랫폼’ 구축 [코드명 mRNA③]

“더 오래, 더 강하게”…GC녹십자, mRNA ‘완전체 플랫폼’ 구축 [코드명 mRNA③]

기사승인 2025-06-11 06:00:05 업데이트 2025-06-11 13:32:12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보건 시스템에 경종을 울렸다. 변이 바이러스와 신종 감염병의 위협이 계속되면서 일회성 대응이 아닌 지속 가능한 방역 역량 구축이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단기간에 대규모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mRNA 백신 플랫폼이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mRNA는 코로나19 백신을 200일 만에 상용화하며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정부는 국산 백신 자립화를 목표로 ‘팬데믹 대비 mRNA 백신 개발 지원사업’을 본격화했다. 해당 사업의 추진 배경과 방향을 짚고, 기술 경쟁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의 전략을 살핀다. [편집자주]

GC녹십자 본사 전경. GC녹십자 제공


GC녹십자가 기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완전체 플랫폼’ 구축에 본격 착수했다. 약물 설계부터 전달 기술, 생산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개발 체계를 갖추고 mRNA 백신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mRNA 기술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백신 개발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질병관리청이 주관하는 ‘팬데믹 대비 mRNA 백신 개발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임상 단계 진입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신약 개발의 새로운 기술인 mRNA 플랫폼을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며 “기존 백신 개발 경험을 살려 mRNA 기술을 독자적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과제를 통해 GC녹십자는 높은 안전성과 면역 효과를 갖춘 국산 코로나19 mRNA 백신을 개발할 계획이다. 올해는 동물실험을 통해 비임상 자료를 확보하고, 이후 임상 1상 진입을 위한 승인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핵심은 GC녹십자가 자체 개발한 mRNA 플랫폼 기술이다. 특히 단백질 합성의 효율을 높이는 5'-UTR(비번역서열 전방)과 3'-UTR(비번역서열 후방) 서열을 발굴해냈다. 5'-UTR과 3'-UTR은 mRNA에서 단백질을 만들지는 않지만, 단백질이 얼마나 잘 만들어지는지를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들 서열은 mRNA의 세포 내 안정적 유지, 효율적 번역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GC녹십자는 이 부분의 서열을 자체 설계해 기존 글로벌 선두 기업인 모더나, 바이오엔텍에 비해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백신 전달을 위한 지질나노입자(LNP) 기술도 강화됐다. 기존 기술과 비교하면 간에서의 전달력과 발현률은 약 90배 높아졌다. 코로나19 백신에 쓰인 LNP보다도 최대 4배 향상된 성능을 확보했다. 폐나 비장 등 다양한 장기에 적용할 수 있는 흡입형 LNP도 개발 중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mRNA 설계를 병행하고 있다. AI 기술로 코돈과 유전자 조절 요소(UTR)를 최적화한 결과, 기존 글로벌 기술 대비 단백질 생산 효율이 50% 이상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관과 유통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점도 주목된다. 기존 mRNA 백신은 체내에서 오래 작용하지 못하고, 초저온 보관이 필수적이라 물류 제약이 컸다. GC녹십자는 세포 내 작용 시간을 늘려 단백질 발현을 더 오래 지속시키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초저온 보관 때문에 배송과 보관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제형을 연구하고 있다.

GC녹십자는 ‘백신 명가’로서 오랜 시간 mRNA·LNP 연구개발에 매진해왔다. 지난 2019년부터 mRNA와 LNP를 전담하는 연구팀을 운영해왔고, 핵심 연구기관인 목암생명과학연구소 인력의 절반가량을 mRNA 신약에 집중 투입했다. 관련 연구개발 비용도 2021년 전체 R&D의 5%에서 2023년에 23%로 대폭 늘렸다.

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작업도 이어갔다. 2023년 전남 화순에 GMP 인증을 받은 mRNA 생산 시설을 완공했다. 물질 이동을 최소화해 오염 위험을 줄이고, 한 번만 사용하고 교체하는 일회용 생산 장비(싱글유즈 설비)를 도입해 여러 종류의 백신을 오염 걱정 없이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GC녹십자는 국책 지원사업을 통해 독감과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활발한 파트너십을 전개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외 10여개 파트너사와 물질이전 계약을 체결했으며,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향후 파일럿 우수 제조관리 기준(GMP)을 적용한 임상시험용 의약품 생산을 시작으로, 상업화 및 위탁생산(CMO) 사업으로 보폭을 넓혀 나갈 방침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mRNA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백신과 희귀질환 분야의 혁신 신약 개발을 가속화해 차세대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국가 지원사업의 핵심 목적이 팬데믹에 대비해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인 만큼 비임상을 넘어 임상과 허가 단계까지 정부의 지원이 지속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