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감염병 신고 54% 급증…백일해·성홍열, 어린이 중심 확산

지난해 감염병 신고 54% 급증…백일해·성홍열, 어린이 중심 확산

질병청, 2024 감염병 신고 현황 연보 발간

기사승인 2025-06-26 14:12:04
질병관리청. 쿠키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국내 감염병 신고 건수가 전년 대비 5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느슨해진 방역수칙과 낮아진 면역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백일해, 성홍열 등 호흡기 전파 감염병이 영유아·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다시 크게 유행한 반면, 유행성이하선염이나 결핵 등 전통적 감염병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질병관리청은 26일 법정감염병 신고 현황을 정리한 ‘2024 감염병 신고 현황 연보’를 발간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연보는 ‘감염병예방법’ 제2조에 따른 89종의 법정감염병 통계를 포함하고 있다. 이 중 전수감시 대상인 제1급~제3급 감염병 66종 가운데 실제로 신고된 감염병은 40종이었다.

지난해 전수감시 법정감염병 신고 환자 수는 총 17만1376명(인구 10만명당 334명)으로, 2023년 562만6627명에서 큰 폭으로 줄었다. 다만 2024년부터 감염병 급수가 조정된 코로나19(551만7540명)와 매독(2790명)을 제외하면, 신고 환자 수는 16만8586명으로 2023년(10만9087명) 대비 54.5% 증가했다.

가장 두드러진 증가세는 제2급 감염병에서 나타났다. 제2급 감염병 신고 건수는 총 15만2586명으로 전년 대비 64.7% 늘었다. 이 중에서도 백일해(9만1212명), 성홍열(2만1410명), 수두(1만1758명), CRE 감염증(4549명)이 전체의 84.5%를 차지했다.

질병청은 “특히 백일해와 성홍열은 미취학 아동과 학령기 소아청소년층에서 감염이 집중돼 유행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감염병은 전년보다 감소했다. 유행성이하선염은 17% 줄어든 6425건, A형간염은 11.8% 감소한 1168건, 결핵은 7.9% 줄어든 1만4412건으로 집계됐다. 다만 결핵의 경우 전체 환자 중 60세 이상 노인이 58.9%를 차지해, 고령층 중심으로 환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제3급 감염병은 총 1만8790건으로 전년 대비 14.3%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3급으로 재분류된 매독(2790건)을 제외하면 실질적 증가는 2.7% 감소한 수준이다. 가장 많이 늘어난 감염병은 쯔쯔가무시증으로 6268건이 신고돼 전년보다 10.7% 증가했다. 반면 C형간염은 6444건으로 11.1% 줄어 2020년 정점(1만1850명)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 유입 감염병은 팬데믹 당시 정점을 찍은 뒤 다시 줄어드는 추세다. 2020년 5495명, 2021년 1만1989명, 2022년 5만6037명으로 급증했던 해외 유입 감염병은 2023년 7122명에서 올해 606명으로 감소했다. 다만 코로나19를 제외하면 오히려 55.8% 증가한 수치다. 뎅기열(196명), 매독 1기(117명), 말라리아(54명), 수두(43명), C형간염(41명) 순으로 많았다. 주요 유입 국가는 아시아권 국가(79.5%)가 대부분이었다.

법정감염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지난해 총 1238명으로, 전년(1047명) 대비 18.2% 증가했다.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질환은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목(CRE) 감염증(838명)이다. 이어 후천성면역결핍증(158명), 폐렴구균 감염증(87명) 순이었다.

질병청은 “감염병 신고는 지역사회 전파 차단의 핵심이자 감염병 대응의 첫 단계”라며 “방역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수집한 신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감염병 대응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질병청은 올해 1월 기존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을 개편한 ‘방역통합정보시스템’을 본격 개통하고, 감염병 발생 시 의료기관·지자체 등이 실시간 신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해당 데이터는 감염병 포털을 통해 대국민에게 공개되고 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