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참사 1년…페달 블랙박스 보험료 할인조차 ‘난항’

시청역 참사 1년…페달 블랙박스 보험료 할인조차 ‘난항’

기사승인 2025-07-05 15:30:10
서울 중구 지하철2호선 시청역 인근. 쿠키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7월 1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급발진을 주장하는 역주행 차량에 10여명이 치이는 사고가 일어났다. 1년이 지났지만 사고 이후 나온 일부 대안은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페달 조작을 기록하는 블랙박스를 부착하면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제도가 관련 보험 상품이 없어 작동하지 않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페달 블랙박스 부착에 따른 할인 옵션을 출시한 손해보험사는 없다. 업계는 할인 적용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통계가 존재하지 않아 상품 개발이 쉽지 않고, 개발된 상품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검토를 거쳐야 해 남은 절차가 많기 때문이다.

시청역 참사 이후 사고 책임을 가리기 위한 재판이 진행됐다. 운전자인 차씨는 끝까지 급발진을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국과수 감정 결과 등을 고려해 차씨가 충돌 전까지 가속 페달을 밟았다고 판단했다. 급발진이 아닌 페달 착각이라고 본 것이다.  

시청역 참사 이후 정부는 급발진 주장 사고의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페달 블랙박스 설치 활성화에 나섰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지난달 4일 액셀과 브레이크 등 운전자의 하단 페달 조작 상황을 실시간 영상으로 기록하는 블랙박스 부착 시 보험료를 깎아주는 제도를 시행했다. 국토부는 페달 블랙박스가 급발진 사고 예방과 분쟁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할인의 근거로 삼을 만한 통계가 없어 관련 상품 출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험업법상 보험료를 정하는 보험요율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통계자료를 기초로 정해져야 한다. 그런데 페달 블랙박스 부착에 따른 사고 발생률이나 심도 변화를 추정할 통계가 없다는 것이다.

한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페달 블랙박스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할인율을 몇 퍼센트로 정할지 기준이 모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도 “페달 블랙박스를 장착한 차량 자체가 많지 않다”면서 “제도적으로 의무화하지 않으면 영향을 통계로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례 중 차량 이상이 인정된 경우가 전혀 없는 점도 문제다. 자동차보험을 잘 아는 손보업계 관계자는 “블랙박스로 사고 원인이 급발진으로 확인되면 제조사 소송을 거쳐 보험의 위험률을 줄일 수 있지만 아직까지 실제로 사고 원인이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가 없는 만큼 페달 블랙박스 설치와 위험률 하락의 관계를 연결할 수 없다는 것. 이에 일본에서는 페달 블랙박스와 달리 조작 이상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속도 상승을 제한하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국내 의심 사례 대부분은 실제 급발진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지난 2014년부터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리콜센터에 접수된 228건 가운데 실제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없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감정한 334건 사고 가운데 사고기록장치(EDR)로 정황을 분석할 수 있었던 83%는 모두 페달 오조작이었다고 밝혔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제도적인 목적으로 할인을 해주라고 한다면 하게 되겠지만, 실제 페달을 장착하면 위험률이 낮아진다고 직접적으로 연관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자동차 보험에는 이미 청소년, 임산부 할인 등 요율에 영향이 없더라도 정책적 목표로 적용되는 할인 특약이 있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