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CSIS “트럼프, 이재명에 ‘방위비 인상’ 요구할 수도”

美CSIS “트럼프, 이재명에 ‘방위비 인상’ 요구할 수도”

기사승인 2025-08-02 13:18:07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타결된 3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무역 합의를 계기로 추진 중인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2일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을 무역합의를 축하하는 데만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 정상회담을 투자, 비관세 장벽, 환율조작 등에 대한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는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 석좌는 “무역과 직접 관련되지는 않지만 연계된 다른 문제들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며 “예컨대 미국은 한국이 매년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로 지출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새 분담금 협정을 제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연 100억달러로 올려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바 있다.

차 석좌는 이번 합의 내용에 대해 “아직 다듬어야 할 세부 사항이 많다”고 평가했다. 한미 무역 합의의 주요 세부사항이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3500억달러 규모 대미 신규 투자와 1000억달러 규모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한국이 참여하는지도 명시되지 않았다.

농산물 시장 개방을 둘러싼 한미 간 설명도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더 많이 수입하기로 했다고 주장했지만, 한국 정부는 쌀과 쇠고기 등 핵심 품목에서는 양보한 바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차 석좌는 디지털 서비스 규제, 정밀지도 반출 제한, 환율 정책, 대중국 공급망 제한 등 미국이 중시하는 분야에 대한 논의 역시 진전이 없었다고 봤다.

차 석좌는 전반적인 합의에 대해 “이론적으론 항상 더 나은 협상이 존재한다”면서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에 대해 유럽연합(EU)이나 캐나다처럼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그 뒤 협상에 나서는 전략을 쓰지 않음으로써 협상에서 모든 지렛대를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한국은 이미 대부분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가 ‘제로(0%)’인 상태에서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차 석좌는 “협상으로는 불리한 입장이지만, 한미동맹 내 안보 관계를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유일한 전략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