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기초연금 수급자 선정 기준을 꼼꼼히 따져보기로 했다.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의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지급되는데, 이 기준에 오류가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그간 월 437만원을 버는 고령자도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 포함돼 지원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선정기준액에 대한 논란을 해소하고, 향후 제도 개편의 초석이 될지 관심이다.
7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연구원은 최근 ‘2025년 연구용역심의위원회’를 열고 ‘기초연금 선정기준 기존 모형 분석’ 연구 과제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기초연금 수급자 선정 기준에 대한 오류가 없는지 살펴보기 위한 연구다. 그간 보건복지부가 이 연구를 수행해 왔는데, 연구원이 넘겨받았다.
현재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단독가구 기준 월 최대 34만2510원, 부부가구는 월 54만8000원을 지급하고 있다.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노후에 안정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국민연금 제도가 1988년 시행됐지만, 고령자들의 국민연금 가입률이 낮고, 연금액도 충분치 않기 때문에 기초연금 제도가 도입됐다.
노인 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과 달리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노인들도 기초연금을 수령할 수 있어, 지급 대상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컸다. 정부는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기초연금 수급자가 70% 수준이 되도록 소득·재산 수준, 생활 실태, 물가상승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년 선정기준액을 정해 고시하고 있다. 올해는 단독가구 기준 월 228만원, 부부가구는 월 364만8000원이다. 이 기준보다 소득인정액이 낮으면 기초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2014년만 해도 월 소득인정액이 87만원에 불과했다. 11년간 무려 2.6배가량이 올랐다. 최근 노인 인구에 편입되는 베이비붐 세대가 이전 세대와 달리 소득·자산 수준이 높다 보니, 소득 하위 70% 기준이 급격히 치솟은 것이다.
심지어 기초연금 수급자의 실제 소득 수준은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기초연금의 월 소득인정액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소득이나 재산에서 일정 금액을 빼 계산하는 각종 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상시 근로소득의 경우 최저연금과 연동해 112만원을 기본공제하고, 여기에 30%를 추가 공제하는 식이다. 이론적으로 월 437만원의 상시 근로소득을 거두는 독거노인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부부 기준으로는 월 745만원, 연환산 시 8940만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연구원이 수행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선정 기준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연구는 소득·재산을 파악하는 방식이나 70% 경계선을 예측하는 계산 모형 자체에 부정확한 부분이 존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심의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한 위원은 “산출 과정의 정확성을 정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짚었다. 제도 개편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도 보인다. 심의위원회 위원들은 이번 연구에 대해 “기초연금 제도 개혁의 중요 기초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책적 시의성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도 ‘소득 하위 70%’ 기준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쿠키뉴스에 “소득인정액이 매년 올라가는 것은 결국 70%에 맞추려다 보니 발생한 것”이라며 “현재 선정 기준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인 소득이 불충분한지 여부에 따라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국민가구소득의 중윗값인 기준중위소득을 기준으로 대상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