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젠더 논란’이 한국 언론을 넘어 외신 보도로 이어지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최근 미국 MLS 이적으로 화제의 중심에 선 손흥민(33·로스앤젤레스FC)이 찍힌 한 장의 사진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축구스타는 여성 인터뷰 진행자의 우산을 들어줘야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 논란을 다뤘다.
이는 이른바 ‘손흥민 우산 논란’으로, 앞선 3일 손흥민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토트넘 소속으로 출전한 마지막 경기(뉴캐슬 전) 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다. 이날 인터뷰는 걸그룹 에이핑크 오하영이 진행했다. 오하영은 인터뷰를 하는 손흥민에게 우산을 씌워줬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장면이 논란이 됐다. 일부 네티즌이 이 사진을 놓고 ‘한국에서 남성이 여성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을 야기했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갑론을박을 펼치면서 한국 언론에 먼저 보도가 됐다.
처음 논란이 시작될 때는 손흥민이 뒷짐을 진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있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닌 걸로 금세 밝혀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논란은 사그라들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커졌다. 이 과정에서 토트넘 벤 데이비스는 오하영의 우산을 대신 들고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포착돼 손흥민과 비교됐다.
NYT는 이 같은 논란 전개 과정을 소개하면서 ‘서양 남자들은 대부분 여자 배려하는 게 본능적’이라는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까지 보도했다. 이어 “손흥민의 사진 한 장이 온라인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왔다. 한국의 젠더 갈등에 대한 격렬한 감정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하며 “상당수 한국인이 이 사진에 ‘젠더 갈등’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투영했다”고 타전했다.
“젠더 갈등은 한국에서 매우 민감한 이슈”라고 짚은 NYT는 “특히 젊은 층에서는 선거, 출생률, 연인과 데이트 등 문제에서 자주 표면화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NYT는 “여성이 남성에 종속돼야 한다는 뿌리깊은 유교 사상이 이런 갈등의 일부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미투 운동 등으로 페미니즘 가치가 주목받으면서 이런 믿음이 도전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