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알포 대체제로 부상한 ‘은행잎’…급여재평가 난관 넘을까

콜린알포 대체제로 부상한 ‘은행잎’…급여재평가 난관 넘을까

복지부, 28일 건정심서 2기 약제 급여 재평가 기준 논의
재평가 기준 깐깐해질 듯…“6개국 이상 급여 등재 약제, 재평가 제외해야”
‘치매 예방 약’ 콜린알포, 급여 축소 수순…은행잎 반사이익 얻나

기사승인 2025-08-27 06:00:08
쿠키뉴스 자료사진

내년 정부의 약제급여적정성 평가 기준이 변경되는 가운데 은행잎 추출 성분 의약품이 재평가 대상에 포함될지 관심이다. 은행잎 추출 성분 의약품인 은행엽건조엑스 제제가 재평가 리스크를 해소할 경우 인지 기능 개선 치료제인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알포)의 대체제로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 오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약제 급여 적정성 재평가 추진계획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건정심 소위원회는 지난 14일 2기 급여 재평가 기준에 대해 의견을 나눈 바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본지에 “올해 재평가 1기가 마무리되는 만큼 약제 급여 적정성 재평가 대상 약제 선정 기준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왔다”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만큼 이번 건정심에서 논의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재평가 기준이 깐깐해질 경우 여러 약제들이 재평가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1기 급여적정성 재평가 대상 성분은 1990년대부터 2006년 선별등재제도 시행 이전 급여 등재된 약제였다. 2기 급여 재평가부터는 선별등재제도 이후 등재된 성분을 중심으로 살펴볼 가능성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023년 발간한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합리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는 “2007년 이후 등재된 약을 포함해 전체 등재 약제의 급여적정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로 다시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담겼다.

또한 2기 급여적정성 평가는 급여 등재 국가 수가 많아야 평가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심평원 보고서에는 “1기에선 약가 참조 해외 주요국(A8)에서 등재한 국가가 적은 경우를 적용했으나, 2기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는 요소로서 A8에서 등재한 국가 수가 많은 경우를 적용하는 것을 제안한다”며 “6개국 이상 현재 급여 중인 약제는 재평가에서 제외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재평가 대상으로 거론되는 의약품으로는 은행엽건조엑스 제제가 있다. 은행엽건조엑스 제제는 지난 2021년도 급여 재평가 대상으로 검토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제약사들이 어느 국가에도 급여 등재가 되지 않은 은행잎 주사제를 자진 품목취하하고, 독일과 스위스에서 급여를 적용하는 경구제만 남겨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2기 재평가 기준이 변경되지 않아도, 은행엽건조엑스 제제에 대한 급여 적용이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A8 중 하나인 스위스에서 급여 삭제가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1기 재평가 기준에 따르면 A8 국가 중 2개국 미만에서 급여를 적용할 경우 재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현재 스위스와 독일에서 급여를 적용하고 있는데, 스위스가 급여를 삭제한다면 한국에서도 보험 축소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 다만 복지부 관계자는 “스위스 결정에 따라 은행엽건조엑스 제제가 급여 재평가 대상에 포함될 순 있다”면서도 “스위스에서 검토하는 이유에 따라 사안이 달라질 수 있고, 확정되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당장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콜린 제제 급여 축소 초읽기…은행잎 반사이익 거둘까

은행엽건조엑스 제제가 재평가 리스크를 해소한다면, 뇌 기능 개선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콜린알포의 대체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뇌 기능 개선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콜린알포가 급여 축소 수순을 밟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1일 ‘콜린 제제의 건강보험 약제 선별급여 적용 고시를 취소해달라’며 대웅바이오 등이 청구한 약제급여개정고시 취소소송 항소를 기각했다. 콜린알포 급여 범위를 축소하고 선별급여로 전환하는 정부 방침이 타당하다는 취지다. 지난 3월 종근당 그룹의 대법원 패소에 이어 대웅바이오까지 고배를 마시며 조만간 콜린알포 급여가 축소될 전망이다. 

은행나무잎에서 추출한 성분을 건조해서 만든 은행엽건조엑스는 콜린알포와 유사한 적응증을 가졌다. 은행엽건조엑스 고용량을 장기간 복용했을 때 경도인지장애의 환자 인지 기능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는 국내외 임상연구도 다수 발표된 바 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뇌 기능 개선 치료제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장도 커지고 있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는 은행엽건조엑스 시장이 2020년 418억원에서 2024년 674억원으로 확대돼 연 평균 12.7%씩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콜린알포 급여가 축소되면 치매 치료 관련해 쓸 수 있는 약이 많지 않다”면서 “임상적 유용성이 일부 입증된 은행엽건조엑스 제제가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