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 형태의 변화는 가까운 일상에서 확인된다. 예전에는 대형마트나 시장을 찾던 사람들이 지금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식재료를 주문한다. 굳이 발품을 팔지 않고 집에서 제품을 받고 있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나갔다. 뒤 이어 오프라인 업체들도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물류 단계를 효율화하며 저가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소비자를 불러들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에 머무는 이유는 단순히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개인화된 소비 습관이 자리 잡으며 ‘집콕 취미’가 발달한 영향도 있다. 이는 개인의 시간을 확보하게 하고 플랫폼 산업 성장의 토대가 됐다. 동시에 개인의 고립을 심화시키는 부작용도 낳았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안전하고 환대하는 외부 공간이다.
최근 사람이 모이는 오프라인 공간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단순한 쇼핑을 넘어 ‘외적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주말이면 특정 쇼핑몰로 나들이를 간다. 자녀들이 먼저 좋아하는 캐릭터 팝업스토어 소식을 접하고 “이번 주말엔 여기 가자”라고 추천을 한다고 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극대화한 ‘플래그십 스토어’의 경우 카페에 앉아 지나다니는 방문객들의 최신 패션을 구경하러 온 MZ세대로 북적인다. 팝업존은 매장 간격이 좁아 브랜드 트렌드를 한눈에 살피는 재미가 있다. 팝업 성지로 꼽히는 성수동도 SNS에서 화제가 된 브랜드와 F&B를 보고 체험하려는 국내외 소비자들이 몰린다.
결국 오프라인 유통업의 돌파구는 ‘공간 혁신’에 있다. 매장을 쾌적하게 꾸미는 수준을 넘어, 오래 머물며 문화를 향유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출발점이다. 상품 진열과 판매에 머물지 않고, 경험을 제공하고 연결점을 만들어내야 한다. 쇼핑·취미·식사·전시가 한 공간에서 어우러질 때 비로소 오프라인만의 매력이 살아난다.
소비를 하지 않더라도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북카페, 쇼핑몰 한켠에 마련한 전시,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라운지 같은 공간은 고립된 이들에게 마음의 연결 사다리가 될 수 있다. 산업을 살리는 길이 곧 사회를 덜 고립시키는 길과 맞닿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유통업이 지향해야 할 진짜 혁신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