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 예산 10조 시대…업계 “출발은 의미, 글로벌 추격엔 한계”

한국 AI 예산 10조 시대…업계 “출발은 의미, 글로벌 추격엔 한계”

기사승인 2025-09-01 18:33:17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공용브리핑실에서 2026년도 예산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내년도 AI 예산을 올해보다 3배 이상 늘린 10조1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IT업계는 이를 환영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9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발표하며 AI 등 첨단산업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올해 3조3000억원에 불과했던 AI 예산을 이례적으로 세 배 넘게 늘린 것이다. 10조1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통해 로봇, 자동차, 조선, 가전, 반도체 등 주요 제조업을 중심으로 ‘피지컬 AI’ 선도국가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진행된 브리핑에서 “현 시점은 AI 대전환 시대로 피지컬 AI에 있어 뒤처진다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늘어난 재원의 대부분은 R&D, AI, 초혁신경제 선도 사업 등 국가의 미래 성장잠재력을 제고할 분야에 집중 배분했다”고 설명했다.

IT 업계는 이번 증액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글로벌 경쟁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또 피지컬 AI는 모든 산업에 적용 가능한 만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글로벌 AI 1위 자리에 있는 미국은 올해 초 AI 인프라 개발에 4년간 718조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스타 게이트’ 구상을 발표했다. 미국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도 올해 AI 투자 규모가 최대 133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IT업계 관계자는 “예산이 많고 적음을 떠나 정부가 AI에 큰 관심을 보이는 점은 고무적”이라면서도 “특정 대기업에 예산이 몰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정부가 어떤 식으로 AI 산업을 진행할 것인지 구체적 계획을 발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피지컬 AI 간담회를 개최했으나 구체적인 계획과 방안이 없어 업계 반응이 크지 않았다”며 “피지컬 AI는 자율주행을 비롯해 산업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인 만큼 명확한 정의와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AI 3대 강국 도약 핵심 축은 과기정통부가 맡을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내년도 예산을 23조7000억으로 편성했다고 이날 밝혔다. 올해 추경예산인 21조원과 비교해 12.9% 늘어났으며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AI 예산안 중 절반인 5조1000억원이 과기정통부에 배정됐다. 이 가운데 AI 대전환 사업에 4조4600억원을 투입돼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3만7000장을 확보하고,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특화 AI 모델 개발을 위한 데이터 스페이스 조성 등에 활용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예산 증액을 ‘출발점’으로 평가하면서도 앞으로 꾸준한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향후 GPU 확보뿐만 아니라 전력, 데이터, 클라우드, 인건비 등 복합적인 예산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AI 산업은 지속적인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며 “해외와 비교하면 예산이 부족하지만, 첫 걸음을 뗀 시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jwj3937@kukinews.com
정우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