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요인이 통제할 수 있었던 일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 판단에 따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일이었는지 아니었는지를 결정할 수 있어서다. 건설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죽음 중에는 막을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건설사만의 책임으로만 볼 수는 없다. 정부 역시 개입을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죽음을 타자화하며 처벌이라는 이름으로 거리를 두고 있다.
정부는 지난 15일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 영업이익 5% 이내, 하한액 30억원의 과징금을 물리게 된다. 외국인 근로자가 사망하면 3년 동안 외국인 고용도 금지한다. 더불어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건설사에 대해서는 아예 고용노동부가 관계부처에 등록말소를 요청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한다.
한 걸음 물러나 과거의 제재 정책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22년 정부는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후 건설현장의 사망사고는 크게 줄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건설현장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2022년 341명, 2023년 303명, 2024년 276명이다.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에서 건설업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2년 53%, 2023년 51%, 2024년 47%로 산업군 가운데 가장 높다.
문제는 이번 대책이 중대재해처벌법처럼 또 하나의 제재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대책이 예방 아닌 처벌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으로 인해 대형 건설사가 부담하게 될 과징금 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한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 제재 조치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건설근로자공제회 따르면 전체 건설근로자 중 외국인 비율은 2020년 11.8%였으나 지난해 14.7%로 매년 증가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숫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비율은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건설현장이 제대로 돌아가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이번 대책이 현장의 구조적 여건보다는 제재에 치우쳤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에 대해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제한 등 강한 제재를 언급하며 쓴소리를 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타자화된 죽음을 주체화해야 한다. 사망사고 예방을 위해 구조적 문제를 건설사와 함께 살펴야 한다. 강한 대책 만큼 중요한 것은 같이 고민하고 책임지는 일이다. 노동자의 죽음을 통계로만 기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 정부가 책임의 ‘주체’로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