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매년 34만 명 사망하는 자궁경부암…“2034년 조기 퇴치 가능”

전 세계 매년 34만 명 사망하는 자궁경부암…“2034년 조기 퇴치 가능”

고위험 HPV 검사 전환, 백신 접종률 90% 달성 조건
“국가 주도 국가암검진 정책, 자궁경부암 퇴치의 핵심”

기사승인 2025-09-24 10:32:42
국립암센터 전경. 국립암센터

2034년 자궁경부암 조기 퇴치가 가능하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선별검사 방법을 고위험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검사로 전환하고, 백신 접종률을 90%까지 끌어올릴 경우 기존 정책 유지 대비 자궁경부암 퇴치 시기를 10년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귀선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보건인공지능학과 교수팀은 최근 자궁경부암 선별검사와 HPV 백신 접종 전략 분석 연구 결과를 의학학술지 ‘자마 네크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게재했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60만 명이 새로 발생하고, 34만 명이 사망하는 대표적 여성암이다. 연구팀은 우리나라 여성 약 2600만 명을 대상으로 2100년까지의 HPV 감염과 자궁경부암 발생 과정을 반영한 수리모델링을 수행했다.

연구 결과, 현행 HPV 백신 접종률 75%와 국가암검진 수검률 51.5%를 유지할 경우 2044년 세계보건기구(WHO) 퇴치 기준을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HO가 제시한 90%의 백신 접종률과 70% 수검률 목표를 이루면 2040년까지 퇴치할 수 있었다. 

WHO는 2020년 11월 세계보건총회에서 회원국 전원 합의로 ‘자궁경부암 퇴치’를 공식 채택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15세 이전 HPV 백신 접종률 90% △35세·45세 자궁경부암 검진율 70% △환자 치료 접근성 보장률 90% 등 이른바 ‘90-70-90’ 목표를 제시했다.

다만 선별검사 방법을 고위험 HPV 검사로 전환하고, WHO가 제시한 90%의 HPV 백신 접종률과 70% 수검률 목표를 달성하면 퇴치 시점을 최대 10년 이상 앞당겨 2034년에 자궁경부암을 퇴치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궁경부암 퇴치는 단순히 모든 환자가 사라진다는 ‘근절’ 개념과는 다른 것으로, 자궁경부암이 더 이상 공중보건학적으로 중요한 위협이 되지 않는 수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4명 이하로 신규 발생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는 국가암검진사업으로 2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2년마다 자궁경부세포검사를 전액 무료로 제공 중이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의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18.8명에서 12.3명으로 떨어졌다. 2016년부터는 만 12세 여아를 대상으로 한 HPV 백신 무료 접종을 시행해 2023년 기준 약 74%의 접종률을 보였다.

최귀선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이 자궁경부암 퇴치 목표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보여주는 과학적 근거”라며 “HPV 백신 효과는 수십 년 후 나타나는 반면, 검진은 즉각적으로 암 발생을 줄일 수 있어 국가가 주도하는 국가암검진 정책이 자궁경부암 퇴치의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 연구 결과는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고위험 HPV 검사가 현재 국가암검진에서 제공하는 자궁경부세포검사에 비해 약 4배 정도 비싼 검사임을 고려할 때 국가암검진에 고위험 HPV 검사를 도입하는 안에 대해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