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해 넘기나…현대제철, 불황 타개 속 임단협 난항

올해도 해 넘기나…현대제철, 불황 타개 속 임단협 난항

- 현대제철 5개 지회, 쟁의행위 투표로 파업 가결
- 연내 타결 약속했지만…임금 협상 기준 놓고 이견
- 지난해 영업익, 전년比 80%↓…美관세 하반기 현실화
- 불황 속 노사 평행선, 연말까지 촉박한 시간

기사승인 2025-09-24 16:58:15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현대제철 제공 

지난해 임금단체협상을 올해 4월에서야 매듭지은 현대제철 노사가 올해 임단협 테이블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황 속 노사가 당초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한 만큼, 미국 철강 관세 여파가 본격화하는 하반기 협상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2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 현대제철 5개 지회는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올해 임금협상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 86.01%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재적 조합원 총 7498명 중 7235명(96%)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찬성 6449표, 반대 786표, 기권 263표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향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교섭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노조의 파업권 확보는 교섭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압박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당초 노사는 힘을 합쳐 올해 임단협의 연내 타결을 목표로 지난달 초 상견례에 나섰다. 지난해 임단협까지 해를 넘기면서 난항을 겪어 왔지만, 철강 불황이 장기화하는 데 따른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그러나 상견례 이후 주 1회씩 교섭을 진행, 총 일곱 차례 교섭을 진행했음에도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의 구체적인 요구안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노조는 현대제철 실적은 물론 그룹사 및 경쟁사와의 수익 차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임금을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 중에서는 현대차가 기본급 10만원 인상, 성과급·격려금 450%+1580만원, 주식 30주 등으로 올해 임단협을 매듭지은 바 있다. 특히 현대차 사측이 노조에 제시했던 첫 협상안(기본급 8만7000원 인상, 성과급·격려금 350%+1000만원, 주식 10주 지급 등) 대비 최종 합의안의 규모가 상승한 만큼, 현대제철 노조 역시 이와 유사한 흐름의 결과를 얻을 때까지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사측은 부진을 겪었던 지난해와 올해 실적을 기준으로 임금을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0% 감소한 1595억원이며, 올해 상반기까지 영업이익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6% 감소한 828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감산 시행, 저가 수입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등 조치로 2분기 영업이익(1018억원)이 전분기 대비 흑자 전환하고, 전년 동기 대비 3.9% 상승하며 점차 반등하고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 등에 고수하고 있는 50% 관세 등 여파가 본격화하는 하반기 반등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아울러 올해 임단협에는 작업중지권 등이 포함돼 있는 데다, 최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비정규직 노조까지 회사와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있어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임단협이 평행선을 걷던 당시 노조는 핵심 설비 부분 파업을 단행하며 공장을 사실상 가동 중단시킨 바 있다. 이에 회사 역시 어려움을 호소하며 직장 폐쇄로 대응한 바, 올해 말까지 대략적인 합의안이 나오지 못할 경우 또 다시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동국제강, 최근에는 포스코가 임단협을 마무리 지은 가운데 현대제철 노조 역시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협상안의 기준을 세워가고 있을 것”이라며 “연내 타결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재 분위기라면 이 역시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