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수놓은 거대 태양광 무궁화"… 임하댐, 물 저장소에서 ‘청정에너지 발전소’로

"수면 수놓은 거대 태양광 무궁화"… 임하댐, 물 저장소에서 ‘청정에너지 발전소’로

국내 첫 주민참여형 집적화단지 준공
지역과 함께 탄소중립·경제성장 견인 기대
청정전력 6만MWh 생산, 온실가스 2만 8천톤 감축
주민참여형 ‘햇빛연금’ 모델 마련
탄소중립·지역상생 일석이조

기사승인 2025-09-25 16:07:51
임하댐 수상태양광 패널. 사진=이재형 기자

경북 안동시 임하댐 수면에 인상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물위에 떠 있는 거대한 태극기와 무궁화 모양의 검은 패널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다.

25일 임하댐 수상태양광 집적화단지 준공으로 댐은 단순히 물을 가두는 시설을 넘어 ‘청정에너지 발전소’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됐다.

임하댐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연간 6만 1670㎿h, 2만 1000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규모다. 

이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줄이고, 수익은 주민과 나누며, 경관마저 관광자원으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임하댐 집적화단지는 지역주도·주민 참여·지속가능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집약한 모델로 평가된다.

산업화 시대 상징 안동·임하댐의 변화

낙동강 유역의 20개 댐 중 안동댐은 197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국토를 일으켜 세우고, 식량과 공업용수를 동시에 해결해야 했던 시절 안동댐은 영남지역의 경제 부흥을 떠받친 ‘물의 요람’이었다. 

매년 7억 톤에 달하는 농업·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하며 홍수 피해를 줄였고, 대구·부산·경남 산업단지에 물길을 열었다.

뒤이어 1993년 완공된 임하댐은 낙동강 중하류 도시와 남동 임해공업지대를 위한 용수 공급처 역할을 맡았다. 당시 3271억 원이 투입된 이 대형 사업은 구미, 울산, 창원 등 국가산업의 심장부에 숨통을 틔웠다. 

산업화의 역동성을 품은 안동댐과 임하댐은 그 자체로 영남권 경제 성장의 마중물이었다.

임하댐 수면에 펼쳐진 무궁화 모양 태양광패널 블럭. 한국수자원공사


기후위기 시대, 댐의 새로운 임무

시대가 바뀌었다. 

댐은 더 이상 ‘물 저장’만으로는 존재 이유가 부족한 시대가 도래했다.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등장했다. 

수자원공사는 2020년 안동시, 한국수력원자력과 머리를 맞대고 ‘주민참여형 신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라는 전에 없던 새 모델을 만들었다.

집적화단지는 지자체가 직접 입지를 발굴하고 주민의견을 수렴해 환경성·수용성을 확보한 뒤, 공기업과 함께 에너지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제도다. 

임하댐은 단순히 태양광패널을 설치하는 것이 아닌, 지역 주도권을 확보하고 주민과 함께 이익을 나누며 미래 에너지 체계를 시험하는 미래의 장을 여는 시험장이 됐다.

임하댐 수상태양광, 주민이 주인인 발전소

임하댐 수상태양광은 설비용량 47.2㎿, 사업비 732억 원 규모로 진행됐다. 

이 중 50억 원은 지역주민 참여금으로 마련됐다.

주민들은 수자원공사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대출투자자로 참여해 20년 동안 안정적 이자수익을 받는 구조다.

발전소 반경 1㎞ 이내 주민에게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추가 발급해 수익의 일부가 지역사회로 환원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경관 디자인이다. 

수상 태양광패널 블록 위에 태극기와 무궁화 문양을 새겨 넣어, 단순한 발전시설을 넘어선 지역의 새 랜드마크가 들어섰다.

푸른 수면에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패널 사이로 드러나는 태극기는 댐이 산업화시대의 상징을 넘어 녹색사회로 가는 이정표다.

임하댐 수면에 펼쳐진 무궁화 모양 태양광패널 블럭. 한국수자원공사


청정에너지와 지역경제 두 마리 토끼 잡다

임하댐 수상태양광이 가져올 효과는 상당히 크다.

매년 2만 1000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 6만 1670㎿h를 생산하면서  이산화탄소 2만 8000톤, 미세먼지 3만 3000㎏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소나무 1200만 그루를 심는 효과와 맞먹는다. 

또 원유 9만 8000배럴을 대체해 에너지 수입을 절감할 수 있다.

경제 파급효과도 크다.

지역 일자리창출은 물론 추가 발전수익 2억 8000만 원이 지역사회에 환원된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 덕에 발전소는 단순한 전력 생산지 이상의 지역경제와 상생하는 새로운 사업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신재생에너지 1위 

수자원공사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1위 기업이다. 

현재 충주, 합천 등 6개 수상태양광 발전소를 운영 중이며, 이번 임하댐까지 포함해 2030년까지 493㎿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20㎿ 규모 합천댐 2단계 사업은 지역·기업 상생형 모델로 추진 중이다. 

여기에 국내 수출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도입, 재생에너지와 산업 생태계를 동시에 연결하고 있다.

송현승 수자원공사 기후탄소사업처장은 “임하댐 수상태양광은 국내 최초 주민참여형 집적화단지로, 지역상생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라며 “기존 물관리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수상태양광, 수열, 그린수소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의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하댐 수면에 설치된 태극기 모양 태양광패널 블럭. 한국수자원공사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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