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년 역사의 천안흥타령춤축제에서 좀체 없던 일이 벌어졌다. 25일 유관순체육관 앞 ‘야외무대’서 오후 6~8시 예정된 2시간짜리 프로그램이 송두리째 날라갔다. 그런데 천안문화재단 측이 취소 공지를 제대로 하지 않아 관람객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충남 대표축제 위상이 잠시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오후 6시 야외무대에선 국제춤대회 본선(B조)이 열리게 돼 있었다. 오후 6시 30분 뒤늦게 도착한 관람객이 썰렁한 무대를 보고 행사 관계자에게 물었다. 이 관계자는 “오후 7시로 연기됐다”고 답했다. 그도 프로그램이 취소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 관람객은 30분간 다른 곳을 둘러본 후 다시 야외무대를 찾았다. 그러자 그때서야 행사 관계자는 프로그램이 취소된 사실을 알고, 관람객에 알려줬다.
이에 대해 축제 운영팀은 “전일 내린 비 때문에 행사 프로그램 일부가 수정됐다”면서 “행사 시작 시간에 행사장 전광판을 통해 취소 사실을 알렸다”고 발뺌했다. 행사 운영이 난맥상을 드러낸 건 프로그램 취소 때문만이 아니다. 재단 측이 취소사실을 관람객은 물론이고, 행사관계자에게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야외무대 전광판은 오후 6시에 잠깐 프로그램 취소를 공지한 후, 후원금을 낸 국민은행·하나은행 홍보 동영상 송출에만 열을 올렸다. 이 때문에 행사장을 찾은 관객들은 행사 일정표를 펴 다시 확인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시민 김모씨(불당동)는 “흥타령춤축제의 백미는 해외전통무용팀 공연이라 퇴근 후 시간을 내 찾았는데 허탕을 쳤다”며 아쉬워했다.
천안의 한 공연기획자는 “프로그램이 취소됐으면 야외무대 전광판을 통해 계속 공지해 관람객 배려에 최선을 다했어야 했다”면서 “시장 없는 도시의 기강 상태를 문화재단이 대변하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천안시는 지난 4월 박상돈 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해 부시장의 시장권한대행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천안흥타령춤축제는 지난해 충남도 일품축제로 선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