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국인 국내 관광 발길 ‘뚝’…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줄었다

[단독] 내국인 국내 관광 발길 ‘뚝’…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줄었다

내국인 국내여행 횟수·일수·지출액 모두 2019년 대비 감소
해외 여행은 팬데믹 이전 회복 ‘대조’…‘가성비·콘텐츠 부족’ 지적
임오경 “관광에는 행정적 지리적 경계 없어…권역중심 활성화 필요”

기사승인 2025-09-30 11:00:32
지난 4월 27일 충남 아산 피나클랜드를 찾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박효상 기자

우리 국민의 국내 관광 외면 현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민 1인당 국내여행 횟수와 지출액 모두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도 못 미쳐, 국내 관광산업의 회복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야놀자리서치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우리 국민의 국내 여행 1인 평균 관광 지표가 모두 2019년 수준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세부 지표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1인 평균 국내여행 횟수는 2019년 7.61회에서 2023년 6.47회, 지난해 6.31회로 줄었다. 여행 일수 역시 같은 기간 12.94일 → 10.15일 → 9.69일로 감소했다.

1인 평균 국내여행 지출액 역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2019년 97만 원에서 2023년 82만 원, 지난해에는 79만 원까지 내려앉으며, 횟수·일수·지출액 모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채 동반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별 관광총수요 역시 상황은 심각하다. 경기도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2019년 대비 2024년 감소했고, 특히 제주의 낙폭이 가장 컸다. 소비액 감소율은 제주 –14.6%, 이어 경기 –6.0%, 서울 –5.9%, 광주광역시 –5.2%, 충북 –3.8% 순으로 집계됐다. 국내 대표 관광지인 제주마저 큰 폭의 타격을 입으면서, 국내 관광산업 전반의 위축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국내 관광 부진을 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국내로 향하는 발걸음은 더뎌졌지만, 해외로 향하는 발걸음은 오히려 분주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내국인 해외여행객 수는 2019년 2,871만 명에서 2024년 2,869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사실상 회복했다.

업계는 국내여행 부진의 배경으로 “비싸고 재미없다”는 인식 확산을 꼽는다. 야놀자리서치 등 조사에 따르면 내국인이 해외여행을 택한 주된 이유는 △일상 탈출감이 더 크다 △국내보다 흥미도가 높다 △볼거리·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숙박·음식·교통 등 가성비가 낫다 순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국내 관광지에 대한 개선 요구로는 △숙박·식음료 가격 등 높은 비용 △과도한 상업화로 인한 콘텐츠 다양성 부족 △교통 접근성·대중교통 연계의 불편이 지적됐다.

해외여행 수요의 급속한 회복과 맞물려 국내 관광비용 상승, 교통·숙박 인프라의 포화 및 서비스 품질 문제, 지역 관광지 콘텐츠의 매력도 부족 등이 국내여행 부진을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임오경 의원은 “관광에는 행정적·지리적 경계가 없다. 이제는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분절이 아닌 연결의 관점에서 관광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 간 협업을 통해 우리나라 곳곳 가지각색의 훌륭한 관광 자원을 권역중심 관광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