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RI, 중전압급 ‘하이브리드 직류 차단기’ 국내 최초 개발

KERI, 중전압급 ‘하이브리드 직류 차단기’ 국내 최초 개발

고비용, 송전 효율 문제 해결
대규모 정전 및 사고방지 기여

기사승인 2025-10-20 09:17:36
한국전기연구원 안현모(오른쪽) 박사 연구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이 20일 중전압(Medium Voltage)급 ‘하이브리드 직류 차단기’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술은 차세대 전력 전송 방식인 ‘멀티 터미널 직류(Multi-terminal Direct Current)’의 한계를 극복하는 의미가 있다. 

직류(DC) 송배전은 효율성이 높고, 신재생에너지와의 연계성이 높아 각광받고 있지만, 사고 시 고장 전류의 차단이 매우 어렵다. 시간에 따라 크기와 방향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교류(AC)와 달리,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직류는 자연적인 ‘전류 영점(Current Zero-crossing)’이 없어 고장 전류를 차단하려면 전류 영점을 강제로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다.

KERI가 개발한 ‘42kV급 하이브리드 직류 차단기’는 기존의 전력반도체 스위치, 기계식 고속 스위치, 에너지 흡수 장치의 장점만을 모아 조합한 기술이다. 먼저, 전력반도체 스위치가 직류 고장 전류의 영점을 강제로 만든다. 이후 기계식 고속 스위치는 아크(arc, 전기 불꽃)가 없어진 뒤 유도되는 과도 차단 전압을 견딘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흡수 장치는 과도 차단 전압의 최대치를 제한하고 시스템의 잔류 에너지를 흩어 사라지게 만드는 원리다.

중전압급 하이브리드 직류 차단기. 

해외 선진사도 하이브리드 직류 차단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과도 차단 전압을 견디기 위해 다량의 전력반도체를 이용하므로 장치 가격이 비쌌다. 하지만, KERI 기술은 기계식 고속 스위치가 전력반도체의 역할을 대체해 고비용 및 송전 효율 문제를 개선했다. 또한, 직류 차단기를 21kV와 42kV 두 가지 타입의 모듈로 개발해 다양한 시스템 전압에도 유연하게 대응이 가능하다.

이번 성과는 직류 송·배전 분야에 적용되어 대규모 정전 및 사고 방지 등 안정적인 전력망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직류 전류 차단의 어려움으로 우리나라는 2개 지점 간의 ‘단일 접속형 직류 송전’만 대부분 운영하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KERI 직류 차단기를 통해 여러 지점 간의 유연한 직류 송·배전망 구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일상생활에서도 전기차 충전소의 확대, 에너지 절감형 직류 가전제품의 등장 등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현모 KERI 친환경전력기기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기계식 고속 스위치와 전력반도체 스위치 간의 전압 분배와 전류 전환 그리고 잔류 에너지 소산의 문제를 해결하는 등 직류 차단기의 성능(차단/절연/통전)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경쟁력 있는 독자 기술 개발을 통해 국내 직류 차단기 시장을 잠식하려는 선진국의 시도를 막고, 수입 대체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신정윤 기자
sin25@kukinews.com
신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