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청 공무원의 호소 “공무원 하는 일 하고 싶습니다”

전남도청 공무원의 호소 “공무원 하는 일 하고 싶습니다”

전남도청 노조홈페이지에 부당한 조직문화‧갑질 등 불편한 진실 폭로
“지방선거 가까워진 지금 ‘고유업무’보다 ‘홍보’, ‘행사’에 쫓기고 있다”
“별 것 아닌 감투 쓰고 운전‧심부름에 자기 학업 관련해 주무관들 동원하는 경우도”

기사승인 2025-10-20 16:05:20
전남도청 공무원의 업무과중과 갑질 등 부당한 조직문화를 폭로하고 개선을 호소하는 불만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신영삼 기자
“저도 도민을 위한 공무원(公務員)이 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전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린 한 공무원 노동자의 호소다.

전남도청 공무원의 업무과중과 갑질 등 부당한 조직문화를 폭로하고, 개선을 호소하는 불만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노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지난 17일 “과연 내가 전남도청 공무원(公務員) 인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돛새치’는 “‘과연 내가 도민을 위한 일을 하는 공무원이 맞나?’ 지금 전남도청 직원 상당수가 공감하는 말일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도민을 위한 일보다, 누군가의 이름을 드러내기 위한 일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올 초 대선부터 시작해서 내년 지방선거가 가까워진 지금은 우리의 하루는 ‘고유업무’보다 ‘홍보’, ‘행사’에 쫓기고 있다”고 적었다.

또 “육체적인 피로도 피로지만, 회의감 같은 정신적인 피로도는 상상을 초월한다”면서 “이렇게까지 힘든 경우는 처음”이라고 호소했다.

“우리 공무원들은 정치인이 아니라 행정인”이라는 글쓴이는 “선거를 돕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도민의 삶을 나아지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라면서 “도정은 특정인의 정치 무대가 아닌 전남도민 모두의 집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정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기를, 도민을 위한 행정이 다시 중심이 되기를, 공무원들이 정치와 무관하게 오직 일로 평가되기를, 우리도 공무원으로서, 또 그 전에 가정이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에 앞서 16일에도 ‘abc0987’이 쓴 “저는 대체 무엇을 위해 일하는걸까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20일 오후 4시 기준 조회수가 1300건을 넘어서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글쓴이는 ‘윗분들은 후배들 가르치고 역량 키워주기 귀찮고 불편하니 검증된 사람들만 데려다 텀도 없이 일을 떠맡긴다’며, 업무 과중을 호소했다.

또 윗분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언제까지 열정페이로 사람들 움직일 수 없는 것이라며, 조직차원의 해결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누구는 주6 주7 마라톤 회의 참여에 다음날이면 쓰레기통 들어갈 몇십장짜리 자료 보고전 하루종일 만들고 기진맥진해도 그게 당연한 취급 받는데, 누구는 윗분들 차 대주고 이송해주는 개인비서 역할, 커피 한 잔 준비하는걸로 일 잘한단 칭찬듣고 성과 인정받는다”며 “일하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해주질않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별 것 아닌 감투쓰고 의전 받겠다고 운전에 심부름에 자기 학업 관련해서 주무관들 동원하는 경우도 있고”라며, 현장에서의 부당한 갑질을 폭로했다.

잇따른 글들은 노조 홈페이지가 실명제로 전환돼 신분 노출이 우려됨에도 쓴소리를 여과 없이 표출한 것으로, 도청 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영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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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