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필의 視線] 천안·아산시의 독립기념관·현충사 ‘손잡기’

[조한필의 視線] 천안·아산시의 독립기념관·현충사 ‘손잡기’

기사승인 2025-10-26 19:55:29 업데이트 2025-10-27 05:18:33
천안K-컬처박람회로 불밝힌 독립기념관(왼쪽)과 단풍나무길 야간조명 모습.  천안시

천안시와 아산시가 관내에 있는 국가시설, 독립기념관과 현충사를 적극 활용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오랜기간 시 시설이 아니란 이유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시 안에 있는 외부기관 시설로만 여겨왔다.

그런데 두 도시가 최근 몇년 사이 두 시설의 적극 활용에 나섰다. 먼저 천안시가 2년 전부터 독립기념관에서 ‘천안K-컬처박람회’를 열고 있다. 아산시는 지난해 전부터 현충사에서 ‘달빛야행’을 열고 있다. 이는 독립기념관과 현충사 측의 적극적 호응이 있어 가능했다.

독립기념관과 현충사는 국가적 명소다.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체성을 품은 곳이다. 두 기관은 일제강점기, 임진왜란 국난(國難) 극복의 역사를 담고 있다. 국민 모두가 이곳을 찾아 애국의 역사를 되새긴다.

시가 이런 민족의 성지를 적극 활용해 천안·아산 방문객을 늘릴 수 있다는 생각을 이제야 갖게 됐다. 

천안시는 몇년 전 시 예산을 들여 독립기념관 단풍나무길(3.2km)에 야간 조명을 설치했다. 예전 같으면 “왜 시 예산으로 국가기관 설비를 하냐”고 반대 의견이 빗발쳤을 것이다. 근데 의외로 잠잠했다. 단풍철에 외부 관광객뿐 아니라 시민들도 많이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시는 2022년 독립기념관과 야간명소 조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듬해 19억원을 투입해 이동 보행로와 단풍나무숲길에 보안등과 경관조명을 설치했다. 그결과, 독립기념관이 개관 36년만에 야간 개방됐고 단숨에 야간 단풍명소로 떠올랐다.

이번 가을도 11월 9일까지 주말마다 야간조명을 밝히고 있다. 시는 독립기념관과 협조해 여러 프로그램과 부대 행사를 운영한다. 다음 달 1일 오후 7시 겨레의 큰마당에서 음악회를 열고, 먹거리존·지역상품판매전도 연다. 겨레의 탑에 미디어 파사드를 입혀 볼거리를 제공한다.

현충사 달빛야행.  아산시

아산시는 지난 23일까지 5일간 현충사 달빛야행을 열었다. 시는 “행사기간 6만7000여 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다녀가 아산시 대표 야간축제로서의 위상을 입증했다”고 자랑했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졌다. 충무문 앞에 무대가 설치됐다. 이순신 장군을 추모하는 성스러운 장소가 시민에게 문을 활짝 열었다. 중앙대 국악관현악단과 국악인 오정해의 협연, 팝페라 가수 임태경의 무대와 현란한 발광다이오드(LED) 퍼포먼스팀 ‘디스이즈잇’의 공연이 이어졌다. 

현충사 경내 잔디광장에서는 경기음악연구회의 전통춤과 민요, 예인집단 아재의 줄타기 공연이 전통예술의 멋을 선보였다. 이순신 장군의 활터에서는 베어트리체, 노민수 집시 트리오, 장차니 트리오 등 재즈 음악가들이 가을 밤을 수놓았다. 충무공 고택에서는 거문고 명인 이형환, 대금 명인 이용구 등 전통 명인들의 품격 있는 연주가 관람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민족의 성지 현충사가 가을 달맞이 성지로 국민에게 다가선 것이다.

독립기념관의 변화는 더 놀랍다. 천안K-컬처박람회 개최로 독립기념관이 ‘재탄생’의 계기를 맞았다. ‘K-독립운동’에 ‘K-독립문화’의 이미지를 보태 현재적 존재 가치를 더하고 있다.

세계로 뻗어가는 K-컬처의 현재와 미래를 밝히는 장소로 독립기념관을 택한 것은 절묘한 기획이었다. K-컬처는 우리만의 독립적 개별성으로 세계적 보편성을 띤 문화를 펼치고 있다. K-독립운동사가 전세계 민족운동사와 별개로 움직이지 않았던 것처럼. 

독립기념관의 천안K-컬처박람회는 그 상징성만으로도 독보적 장소성(Placeness)을 갖는다. 특정 장소에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이 연결될 때 그 장소적 의미는 배가된다. 독립기념관과 K-컬처의 결합은 이제 하나의 독립된 문화적 실체로 자리잡고 있다.

조한필 천안·아산 선임기자


조한필 기자
chohp11@kukinews.com
조한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