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이어 신세계까지, 공항 ‘면세 명당’ 줄줄이 철수…免 산업, 구조 손질 불가피

신라 이어 신세계까지, 공항 ‘면세 명당’ 줄줄이 철수…免 산업, 구조 손질 불가피

화장품·향수·주류·담배 판매하던 DF2, 내년 4월28일 종료
“임대료 인하 받아 들여지지 않아…운영 지속하기에 손실 너무 커”
DF4 구역과 명동점 운영 집중…“면세사업 체계 조정해야”

기사승인 2025-10-30 18:12:29 업데이트 2025-10-30 18:12:50
인천국제공항 면세구역 전경. 이다빈 기자 

임대료 갈등에 시달리던 신세계면세점이 결국 인천국제공항 일부 구역을 철수한다. 고환율과 소비 둔화, 임대료 부담이 겹치면서 화장품·주류·담배를 판매하던 핵심 구역인 DF2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했다. 지난달 신라면세점에 이어 신세계까지 떠나며 인천공항 면세점의 ‘노른자 구역’이 잇따라 비게 됐다.

신세계는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신세계디에프가 이사회를 열고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DF2 권역의 영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세계 측은 사업권 반납 배경에 대해 “영업을 지속할 경우 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면세사업 수익성 제고를 위한 운영 효율화 조치”라며 “향후 기존 점포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손익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고환율, 경기 둔화, 주 고객의 구매력 감소 및 소비 패턴의 변화 등 면세 시장에는 부정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 객단가 상승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인천공항 임대료 인하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운영을 지속하기에는 경영상에 손실이 너무 큰 상황으로 부득이하게 인천공항 면세점 DF2권역에 대한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면세점은 계약상 의무조항에 따라 사업권 반납일로부터 6개월간 영업을 유지한 뒤, 2026년 4월28일부로 DF2권역 영업을 종료하게 된다. DF2 구역은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에 걸쳐 약 4709㎡ 규모로, 화장품·향수·주류·담배를 판매하고 있었다. 공시에 따르면 DF2권역의 지난해 매출은 약 4038억원으로, 전체 매출(6조5704억원)의 약 6.1%를 차지한다.

이번 결정으로 인천공항에서 화장품·주류·담배를 판매하던 핵심 권역인 DF1(신라면세점)과 DF2(신세계면세점) 모두 사업권을 반납하게 됐다. 앞서 호텔신라는 내년 3월부로 DF1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해당 두 권역은 면세점 내 ‘노른자 구역’으로 불릴 만큼 매출 비중이 높았다. 실제 입찰 당시에도 DF3~DF5보다 훨씬 높은 임대료를 제시해 낙찰받았다. 그러나 최근 주요 고객층의 소비패턴 변화와 구매력 약화가 겹치며 면세사업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이 지난해 납부한 임차료만 총 5051억원으로, 두 회사 매출의 약 39%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의 핵심 판매 품목은 예전부터 화장품과 주류였지만, 최근 환율 상승과 온라인 주류 판매 채널 확대 등으로 수요가 분산됐다”며 “공항 면세점이 인천공항공사 입찰에 참여했던 당시와 비교하면, 주류 부문에 대한 소비 수요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권 반납으로 신세계면세점이 부담해야 할 위약금은 약 19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신세계는 2023년 ‘객당 단가’를 기준으로 임대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체결했지만, 지속된 적자 누적 속에서도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 조정을 거부하면서 결국 위약금을 감당하면서 철수를 결정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연내에 신세계면세점이 철수하는 DF2 구역과 신라면세점이 철수한 DF1 구역에 대한 입찰 공고가 비슷한 시기에 나올 예정으로 구체적인 일정이나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기존 입찰 당시 공사가 제시한 최저 입찰가가 두 업체가 제시한 금액보다 훨씬 낮았던 만큼, 새롭게 책정될 입찰가 수준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번 결정 이후 인천공항에서는 패션·럭셔리·잡화 중심의 DF4 구역(5198㎡) 운영에 집중하고, 시내면세점인 명동점을 핵심 거점으로 삼아 체질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회사는 면세산업 침체 등 현안 대응을 위해 지난달 이석구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를 신세계면세점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위기관리형 리더’로 평가받는 만큼, 복합적인 경영 위기에 직면한 신세계면세점의 수익성 회복과 구조 개편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최근 명동점에 최대 38개국 언어를 실시간으로 인식·번역하는 ‘다국어 통역 데스크’를 설치하고, ‘테이스트 오브 신세계’ 식품존을 통해 디저트·식품·K컬처 브랜드를 한데 모은 외국인 관광객 친화형 매장으로 시내면세점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는 “면세사업 침체는 소비패턴 변화나 임대료 문제뿐 아니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원화 약세로 인해 명품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고, 인천공항의 혼잡도가 높아지면서 여행객들이 면세 쇼핑에 할애할 시간이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처럼 환경이 달라진 만큼 임대료 산정 방식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매출액 비율로 산정하거나, 미국 쇼핑몰처럼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키 테넌트(Key Tenant)’ 매장의 임대료를 낮춰주는 방식 등 기업의 기여도를 반영한 산정 체계를 도입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