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트인 행정’ 이재명 정부 첫 국감의 의미 [취재진담] 

‘다시 트인 행정’ 이재명 정부 첫 국감의 의미 [취재진담] 

기사승인 2025-10-31 15:15:27
지난해 12월 초 비상계엄 이후 정부 부처의 기능은 수개월간 ‘정지 상태’에 가까웠다. 전 정부 말기부터 이어진 권한 공백 탓에 정책 결정은 늦어지고, 현장은 불안정했다. 이에 따른 결과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정책 혼선’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일선 현장의 혼선은 행정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번 국감을 기점으로 각 부처는 정책 현안 중심으로 복귀한 모습이다.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사태를 다룬 공정거래위원회 질의, 가덕신공항을 재점검한 기획재정부 감사, 원전 기술 합의문을 놓고 공방이 벌어진 산업통상부 질의 모두가 국회를 축으로 행정이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사태를 두고 공정위 국감에서 김병주 MBK 회장은 “국민께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책임 공방은 이어졌지만, 감독·제재 논의가 제도 트랙 위로 올라온 건 사실이다.

주택 통계 혼선 논쟁도 같은 맥락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동향’ 통계 폐지에 대해 “전체적 흐름상 전적으로 동의한다. 통계의 폐단을 최소화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통계 체계의 손질을 예고한 셈이다.

해양수산 정책 추진 역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해수부 부산 이전을 연내 완료하고, 국적선사와 협의해 내년부터 북극항로 시범 운항을 실시하겠다”고 국감에서 못 박았다. 논란은 남아 있지만, 방향은 제시됐다.

산업부 국감에선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 합의문을 둘러싸고 여야의 질타가 이어졌다. 국회는 ‘매국 계약’이라며 공개를 요구했고, 정부는 대외 신뢰와 분쟁 리스크를 들어 공개에 신중했다. 정책 판단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간 멈춰 있던 쟁점이 국회·정부의 공식 절차에서 다뤄졌다.

행정안전부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대응, 기재부의 가덕신공항 관련 쟁점 등은 비판을 받았지만, 이런 비판이 각 부처의 과제를 선명하게 만들었다. 국감장의 소음 너머로 들린 건 변명만이 아니었다. 책임과 조정, 보완을 위한 목소리도 있었다. 

논란이 많다는 건 행정이 작동한다는 뜻이다. 또한 제도 개선의 출발점을 점검하고 다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제야 행정이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올해 국감은 의미가 있다.

세종=김태구 기자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