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청정수에 기술을 더하다…품질·친환경 다 잡은 ‘삼다수’ [현장+]

한라산 청정수에 기술을 더하다…품질·친환경 다 잡은 ‘삼다수’ [현장+]

기사승인 2025-11-03 06:00:05
제주삼다수 제3취수원. 이예솔 기자

국내 생수시장에서 ‘삼다수’의 존재감은 단연 압도적이다. 시장 점유율 40.3%, 1위의 자리를 수년째 지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우리가 매일 편의점에서 쉽게 집어드는 그 물이 사실 한라산 깊은 곳, 외부 출입이 통제된 보호 구역에서 길어 올려진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가장 가까운 생수가 사실은 가장 멀리서 오는 셈이다.

지난달 30일 기자가 찾은 제주시 조천읍 일대. 현무암 돌담과 삼나무 숲이 이어지던 길은 어느 순간부터 인적이 끊기고, 포장도로는 점점 거칠어졌다. 한참을 더 올라가자 산속 깊은 곳에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시설이 모습을 드러냈다. 겉보기엔 군사시설 같았지만, 그곳은 다름 아닌 제주삼다수의 제3취수원이었다.

지하 420m, 한라산의 새로운 물길 

제3취수원은 기존 1·2취수원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 마련된 시설로, 최신 공법과 설비를 도입해 관리 체계를 한층 정교하게 다듬었다. 핵심 목적은 지하수의 분산 취수를 통한 수위 안정화다. 기존 두 곳만으로도 운영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세 번째 취수원을 추가함으로써 지하수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였다. 이를 통해 지하수 고갈 위험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 기반을 마련했다.

제주삼다수 L5 스마트팩토리의 원수 저장 탱크. 이예솔 기자

제주개발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완공된 제3취수원은 총 4개의 취수공과 8개의 감시정으로 구성돼 있다. 취수공은 지하 약 420m 깊이에서 한라산 현무암층을 통과한 깨끗한 지하수를 끌어올리며, 감시정은 수위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역할을 한다. 

신문주 제주개발공사 선임연구원은 “취수원 주변 71만6600㎡, 축구장 100개 규모의 부지를 공사가 직접 매입해 외부 오염 요인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제3취수원은 약 2년간의 테스트를 거쳐 내년 9월 상업 취수에 돌입할 예정이다. 2027년 7월 이후 본격 가동이 예상된다. 본격 가동 시 예상 취수량은 기존 1·2 취수원(하루 2200~2300톤)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된다. 

한라산 빗물, 지하수로 태어나기까지 

삼다수의 물은 한라산 진달래밭 인근에서 스며든 빗물이 약 31년 동안 지하 암반층을 따라 자연 정화된 뒤 도달하는 지하수다. 이처럼 오랜 시간을 거쳐 만들어지는 물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제주개발공사는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특히 삼다수는 법적 기준(6개월마다 수질검사)보다 강화된 기준으로 연 4회 이상 자체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신 연구원은 “국내 먹는샘물 중 소비기한이 2년으로 설정된 제품은 삼다수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다만 제3취수원을 가동한다고 해서 삼다수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는 삼다수에 하루 4600톤(t), 월 13만6000톤의 취수를 허가하고 있다. 실제 취수량은 허가량보다 적다. 여름철에는 허가량의 약 90% 수준으로 취수를 늘리지만, 비수기에는 이를 줄여 연평균 사용량이 기준치를 밑돈다. 신 연구원은 “지하수위 하강이나 자원 고갈 위험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L5 스마트팩토리 모니터링시스템. 이예솔 기자

L5 스마트팩토리서 초당 21병 생산

취수원에서 끌어올린 원수는 지하 배관을 따라 공장으로 옮겨진다. 이날 찾은 500ml 전용 생산라인 ‘L5 스마트팩토리’ 입구에는 건물 3층 높이의 대형 저장탱크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에 모인 물은 한라산 중산간 지대의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자연 여과된 것이다. 화산송이와 현무암층을 통과하며 불순물이 걸러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투명한 지하수가 된다. 

공장 내부에서는 취수부터 포장, 출고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곳의 생산 속도는 초당 21병, 분당 1270병에 달하며, 24시간 가동 시 하루 약 200만병이 생산된다. 제주개발공사는 페트병과 병뚜껑까지 공장 내부에서 직접 제조해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한다. 

친환경 혁신…경량화로 8000t 탄소 배출 감소

생산 효율성뿐 아니라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개발공사는 올해부터 모든 제품의 페트병 무게를 약 12% 줄였다. 이를 통해 연간 약 3400톤의 플라스틱 사용을 절감하고, 약 8000톤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회수된 폐플라스틱은 재활용 섬유로 가공돼 제주삼다수 직원 유니폼 등 다양한 의류 제품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제주개발공사 관계자는 “제주삼다수는 현재 전체 생산량의 약 40%를 무라벨 제품으로 전환한 상태”라며 “오는 2027년 완공 예정인 L6 스마트팩토리는 무라벨 및 재생 페트 전용 라인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