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말 함경도 군관으로 나간 30대 젊은 남편이 대전 회덕 본가의 부인에게 편지 2통을 보냈다. 그 편지가 친정인 아산시 고불 맹사성기념관에서 전시된다. 부인은 신창 맹씨 맹사성의 고손이다.
한 통은 군관으로 부임해 가면서 부인에게 안부와 함께 농사와 소작 등의 여러 가정사를 두루 챙기는 내용이다. 또 한 통에는 당시 군관이 입는 철릭을 보내달라는 이야기와 부인을 위해 분과 바늘을 사서 보낸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분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 있을꼬. 울고 가네. 어머니 잘 모시고 아기와 함께 잘 계시소. 내년 가을에나 나오려고 하네.”
‘온양댁 신창맹씨’ 특별전에서는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이 한글 편지와 함께 신창맹씨 부인묘에서 출토된 복식유물을 볼 수 있다. 특별전은 5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부인 묘는 2011년 5월 대전 유성구 금고동의 안정 나씨 종중 묘 이장 과정에서 발견됐다. 발굴 당시 명정에 ‘신창 맹씨’라는 글씨가 또렷이 남아 있었으며, 한글 편지에는 ‘회덕 온양댁’이라 쓰여 있었다. 그동안 묘 주인공의 남편이 나신걸(羅臣傑, 1461~1524)인 것은 확인되었으나, 신창 맹씨의 본가 내력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선 고불맹사성기념관이 소장한 신창 맹씨 대동보(大同譜, 영조 38년 1762년)를 통해, 부인이 조선 초기 문신 맹사성의 증손 맹석경(孟碩卿, 1430~1480)의 딸임이 처음 확인됐다. 이를 통해 신창 맹씨가 온양 출신 여성으로 맹사성 가문의 일원임이 밝혀졌다.
복식 유물과 한글 편지는 대전시립박물관 소장품이다. 한글 편지는 신창 맹씨의 머리 윗부분에서 여러 번 접힌 상태로 수습됐다. 이 편지는 한글이 사용된 시기와 서체의 특징, 표현된 감정이 당시의 사회와 언어생활을 생생히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복식 유물은 저고리, 치마, 바지, 장의 등 16세기 여성복으로 조선 전기 복식의 구조와 소재를 잘 보여준다. 이 밖에 명주로 만든 지요(관에 까는 요), 무명 솜베개, 삼으로 엮은 돗자리 등의 유물들도 전시된다. 관람 문의 고불맹사성기념관(041-541-5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