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요일’ 패닉 온 코스피…“단기 조정, 강세장 재개될 것”

‘검은 수요일’ 패닉 온 코스피…“단기 조정, 강세장 재개될 것”

상승랠리 견인한 ‘반도체株’ 직격타…장중 10만원선 내준 삼성전자
“불가피했던 변동성, 여전히 긍정적”

기사승인 2025-11-05 16:54:35
코스피가 급락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글로벌 인공지능(AI) 버블 우려에 대규모 폭락 이후 소폭 반등한 상태로 장을 마감했다. 장 초반 거셌던 낙폭을 일부 만회했으나,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급격한 하락세 연출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가중된 상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정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이른바 오천피(코스피 지수 5000선) 도약을 위한 강세장이 다시금 나타날 것이란 진단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85%(117.32포인트) 급락한 4004.42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6.16% 하락률을 기록, 3867.81까지 후퇴하면서 3900선을 잠시 내주기도 했다. 이후 저점 매수로 해석되는 개인투자자 유입에 소폭 반등했으나, 하락분을 모두 만회하지는 못했다. 코스닥 지수도 2.66%(24.68포인트) 내린 901.89로 마감했다.

코스피 급락에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약 7개월 만에 발동되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46분쯤 코스피200 선물지수 변동으로 5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이 정지됐다. 발동 시점 당시 코스피200선물지수는 전일 종가보다 5.20% 하락한 552.80을 기록했다.

코스닥도 오전 10시26분쯤 코스닥150선물이 6% 이상 내리고, 코스닥150 지수가 3% 넘게 떨어져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닥 150선물지수는 전일 종가 대비 6.23% 하락한 상황이 1분 이상 지속됐다.

사이드카가 발동되면 발동 시점부터 5분간 모든 프로그램매매 매수호가가 효력 정지된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이 급변할 경우 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해 프로그램 매매가 현물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지난 4월7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바 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로 글로벌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전 세계 증시에 큰 충격을 줬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지난해 8월5일 블랙먼데이 사태 이후 약 1년3개월 만에 재발동됐다.

상승랠리 견인한 ‘반도체株’ 직격타…장중 10만원선 내준 삼성전자

상장종목들도 대부분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 기대감에 증시 상승을 견인했던 반도체 대형종목들이 직격타를 맞았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4.10% 하락한 10만60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9만6700원까지 떨어져 10만전자 지지선이 붕괴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도 53만2000원까지 내린 뒤 다시금 반등해 1.19% 하락한 57만9000원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 가운데 네이버(4.31%), 삼성화재(5.51%), 메리츠금융지주(0.53%)와 인적분할 사유로 거래정지 상태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하면 모두 하락했다. 삼성전자우(-4.88%), 두산에너빌리티(-6.59%), 한화에어로스페이스(-5.94%), HD현대중공업(-6.88%), 한화오션(-7.47%), HD한국조선해양(-6.34%) 등 올해 주도주로 부각된 종목들이 큰 폭의 내림세를 나타냈다.

코스닥 시총 상위 50개 종목도 HLB(1.49%), 디앤디파마텍(6.31%), 원익홀딩스(2.88%), 유진테크(2.55%), 심텍(5.94%), 네이처셀(2.44%)을 제외하고 일제히 하락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7.38%), 에이비엘바이오(-6.65%), 리노공업(-5.94%), 보로노이(-5.25%), 이오테크닉스(-6.98%), 로보티즈(-9.85%) 등이 큰 낙폭을 보였다.

이같은 흐름은 간밤 뉴욕 증시가 인공지능(AI) 기술주 고평가에 따른 버블 우려에 급락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지난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가 2.04% 떨어진 2만3348.64로 주저앉았다. 엔비디아(-3.96%)와 AMD(-3.70%), 팔란티어(-7.94%) 등 AI 관련 대형 기술주가 크게 떨어진 여파로 분석된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에서 확인된 AI 주가 과열 논란이 국내 증시에도 타격을 줬다고 진단했다. 삼성증권은 “AI 관련 기술주들이 최근 증시 강세를 견인했으나, 투자자들 사이에서 막대한 AI 투자 규모 대비 수익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며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최고경영자(CEO)들의 AI주가 고평가 가능성 언급도 매도세를 촉발한 배경”이라고 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2조원대 순매도는 지난 4월7일 트럼프 상호관세발 증시 급락 당시를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2000년대 이후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단행했던 역대 5위의 순매도에 해당한다. 최근 외국인 순매도는 10월 이후 반도체 등 대형주 폭등에 따른 차익실현 성격으로 이해하는 게 적절하다”라고 분석했다. 

코스피 조정 언제까지?…“불가피했던 변동성, 여전히 긍정적”

사상 초유의 상승장에 ‘국장(국내 증시)’으로 복귀했던 동학개미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번 하락장의 마무리되는 시점에 쏠린 모양새다. 장기간 하락장이 이어질 경우 투자 손실 공포감에 따른 대규모 매물 출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증시 상승 동력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하락장이 단기 조정에 그칠 것으로 내다본다. 그동안 연일 올랐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하락은 예견된 변동성이라는 설명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지난 9월 이후 반도체 업종 중심으로 2개월간 1000포인트 이상 올랐다”며 “반도체 업종 이익 전망치 상향과 미 연준 금리 인하 기대 확대, 한미 관세협상 타결 등 주가 상승을 지지하는 요인들이 다수 발생했으나, 가파른 상승에 대한 부담이 존재했다”고 말했다.

나 연구원은 “내년 국내 기업의 이익 전망치가 개선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는 단기 조정 이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반도체 업황 개선 중심으로 내년 코스피 순이익 컨센서스는 292조원으로 올해(215조7000억원) 대비 확대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내달부터 본격화할 정부정책이 증시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국민성장펀드의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모건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 로드맵이 오는 12월 중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증시 흐름을 반전시킬 재료가 될 수 있다”라며 “12월 초중순부터 다시 강세장이 재개될 것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