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체 위·수탁 보상체계 손보는 정부…의료계는 ‘동상이몽’

검체 위·수탁 보상체계 손보는 정부…의료계는 ‘동상이몽’

개원의들 “지역 의료기관 줄도산 일으키는 정책” 반발
진단검사의들 “왜곡된 구조 바로잡는 올바른 정책”

기사승인 2025-11-06 06:00:09
픽사베이

정부의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 체계 개편을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개원의들은 이번 개편이 일차의료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는 반면, 실제 검체를 분석하는 진단의학과 의사들은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는 데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내년 시행을 목표로 검체검사 위·수탁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다. 이번 개편은 혈액·소변 검사 등에 드는 비용(검사료 100% + 위탁검사관리료 10%로 구성된 110%)을 의뢰 의료기관에 일괄 지급하던 방식에서, 검사 의뢰 기관과 실제 검사를 수행하는 수탁기관에 각각 비용을 분리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의료기관에 함께 지급되던 위탁검사관리료 10%는 폐지된다.

복지부가 개편에 나선 이유는 검체검사 위·수탁 과정에서 발생한 △검사료 할인·담합 등 불공정 계약 △과잉 경쟁으로 인한 검사 질 저하 △환자 안전 위협 △보상 체계 왜곡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개원의들은 이번 개편이 지역의료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혈액검사 수입이 지역 병·의원 운영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위탁검사관리료 폐지는 일차의료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정부의 위탁검사관리료 폐지는 의원 생존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며 “지역에서 경영난을 겪는 내과·소아과·산부인과·비뇨기과가 특히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역 의료기관의 수익구조가 악화되면 지금도 심각한 전공의 기피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미래가 보이지 않는 분야에 전공의가 지원하지 않으면 결국 지역·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개원의들은 복지부가 2023년에 진행한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의료계와 협의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연구용역 결과에서도 상호정산 체제가 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이 방식은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도 이미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일 게 아니라, 현장 의견과 데이터를 반영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진단의학과 의사들은 정부의 개편이 그동안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검체 검사는 의료행위임에도 의료기관 중심 정산 구조로 인해 제값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신명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이사장은 “검체 검사는 진찰료·수술료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수가가 있어야 하지만, 그동안 제대로 정산받지 못했다”며 “의료행위가 ‘용역 거래’처럼 변질돼 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검사를 많이 할수록 의료기관이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를 바로잡는 것이 제도 정상화”라며 “정부가 조속히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을 포함한 정부의 의료정책을 문제 삼아 궐기대회를 예고한 상태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조정 방향에 따라 검체 위·수탁 제도 개편의 향방도 달라질 전망이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