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결위, 정부에 대미투자 설명 요구…“국회 비준 동의 받아야”

국회 예결위, 정부에 대미투자 설명 요구…“국회 비준 동의 받아야”

예결위, 대미투자특별법 국회 비준 동의 요구
정부 “MOU형식…엄격한 비준 필요치 않아”

기사승인 2025-11-06 18:16:17
김민석 국무총리가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예결위 첫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6일 정부의 2026년 예산안에 대한 종합정책질의 첫날, 한미 관세협상 결과와 미국의 투자 요구액 등에 대해 정부의 명확한 설명을 요구했다. 특히 예결위원들은 대미 투자 규모의 구성과 ‘대미투자특별법’의 국회 비준 동의 필요성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예결위 회의장에서 “한미 관세협상 이후 우리나라가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느냐”고 질의했다. 그는 “이 중 2,000억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하기로 한 것은 관세 완화를 위한 양보인지, 아니면 우리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결정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미 투자 금액은) 3500억달러와 에너지 구입 1000억달러, 삼성 등 민간에서 투자하는 1500억달러를 포함해 총 6000억달러 규모”라며 “당초 미국이 3500억달러 현금 투자를 요구했으나 이를 2000억달러로 낮추고, 나머지 1500억달러는 외국인직접투자(FDI) 형태로 조선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관세협상이 ‘퍼주기협상’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정부는 한미 관세협상을 ‘아름다운 협상’이라고 자평했는데, 동맹의 이름으로 포장한 퍼주기 협상”이라며 “정부는 미국에 매년 200억달러씩 나눠 투자하면 어렵지 않다고 하는데, 이것은 일시불이냐 할부냐의 차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제는 외환 여력”이라며 “지난 10년간 외환보유액 증가분이 520억달러에 불과한데, 연평균 52억달러 증가 수준으로는 200억달러 중 상당 부분을 빚내서 충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미 정상회담 후 결과를 명문화한 ‘팩트시트’(설명자료) 발표가 늦어지는 데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여러 성과를 냈음에도 팩트시트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며 “당초 지난 4일 발표 예정이었는데 연기된 이유가 무엇이냐. 조속히 공개해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조현 외교부 장관은 “논의된 사안이 워낙 많아 점검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며 “현재 미국 측과 거의 합의 단계에 있으며, 문안을 상호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예결위원들은 대미투자특별법 추진과 관련해 국회 비준 동의 여부도 쟁점으로 제기했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 제60조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국회 동의권을 부여하고 있다”며 “정부가 대미투자특별법을 추진해 2000억달러를 투자한다면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비준 동의가 필요 없다고 했지만, 국민의 현금이 매년 200억달러(약 30조원)씩 해외로 나가는데 국회 비준 없이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전종덕 의원도 “김민석 총리는 국회 비준 동의를 받겠다고 했다가, 기업 피해를 이유로 특별법으로 처리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며 “이는 헌법을 우회하고 국민 동의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민석 국무총리는 “조약이라면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하고, 조약이 아니더라도 재정 부담이 있을 경우 국회 동의를 구할 수 있다”면서도 “이번 협정은 양국 간 양해각서(MOU) 형식으로 체결된 것이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의 비준 절차는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정치적 동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기업들이 관세 인하 혜택을 조속히 누릴 수 있도록 신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총리는 예산안 심의와 관련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원님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정부도 이번 예산 편성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가 준비한 정책들이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법정 시한 내 처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