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를 콘크리트에 묻을 건가"… 국가유산청, 서울시 정면 비판

"종묘를 콘크리트에 묻을 건가"… 국가유산청, 서울시 정면 비판

허민 국가유산청장, 종묘서 입장문 발표
종묘 앞 초고층 개발은 세계유산 직접 위협
세계유산법 개정도 추진, 종묘 지위 지키기

기사승인 2025-11-07 16:49:07 업데이트 2025-11-07 16:50:41
종묘 너머로 보이는 세운4구역 재개발 대상지역. 국가유산청

“위험을 자초한 것은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유산을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무겁게 있는 서울시입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7일 종묘 세운4구역 재개발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허 청장은 “종묘는 우리나라가 1995년 첫 등재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며, 500년 넘게 이어오는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이 이어지는 살아있는 유산”이라며 “종묘 앞에 세워질 종로타워 수준 높이의 건물들은 서울 내 조선왕실 유산들이 수백 년간 유지해온 역사문화경관과 종합적 가치를 직접적으로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초고층 건물들이 세계유산 종묘를 에워싼 채 발밑에 두고 내려다보는 구도를 상상해보라”며 “이 사안은 단순히 높이냐 그늘이냐의 문제가 아닌, 미래세대에게 세계유산을 물려줄 것인가, 콘크리트 빌딩들을 물려줄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허 청장은 “대한민국은 지난한 역사에서 유산이 파괴되는 가슴 아픈 순간도 있었고, 문화를 눈앞에서 잃을 뻔한 많은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서 눈부신 문화와 역사를 이어나갔다”며 “우리가 지나온 어려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면 현재 대한민국이 가진 문화적 위상과 국제적 위치는 실로 감탄해야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순간에도 우리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많은 분들이 국내외에서 노력하고 있다”며 “국가유산청은 주어진 권한 하에 세계유산법 개정 등 모든 방법을 강구해 종묘의 세계유산 지위를 지키고, 종묘가 가진 가치가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전승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7일 종묘에서 세운4구역 재개발에 대한 입장문을 밝히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국가유산청
7일 종묘에서 세운4구역 재개발에 대한 입장문을 밝히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국가유산청
7일 종묘에서 세운4구역 재개발 상황을 살펴보는 허민 국가유산청장(오른쪽). 국가유산청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