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檢, ‘집단 반발’ 검란 조짐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檢, ‘집단 반발’ 검란 조짐

“항소 포기 경위·법리적 이유 설명해야” 책임론도
검사장·지청장·평검사까지 집단 성명 내고 반발

기사승인 2025-11-10 20:01:20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한 입장을 밝힌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거센 후폭풍을 낳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항소를 안 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사건의 결정 경위와 법리적 근거를 요구하는 집단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항소 포기 사태가 이른바 ‘검란(檢亂)’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선 검사장들 “항소 포기 납득 안 돼”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 일선 검사장들은 이번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한 검사장 18명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찰총장 직무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올렸다.

이들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다수의 검사장들이 이름을 올린 이번 입장문은 대검 수뇌부 결정에 대한 공개적 이의제기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도 이날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노 권한대행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 연구위원은 “노 권한대행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장동 사건과는 다른 사건의 판결문을 참고했는가 아니면 다른 검사들과 다른 항소 기준을 가지고 있는 건가”라며 “추상적인 단어 몇 개로 말장난하지 말고 항소 포기의 결론에 이르게 된 논리 과정을 제시하라”고 지적했다.

대검찰청 소속 연구관들도 노 대행에게 항소 포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사퇴를 건의했다. 연구관들은 이날 입장문을 작성해 노 대행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일 서울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항소 포기 결정 배경 두고 ‘지휘 논란’


내부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노 대행은 이번 사태에 대한 즉답은 피했다. 노 대행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면서 ‘법무부 장·차관의 항소 포기 지시가 있었나’ 등을 묻는 기자들에게 “다음에 말씀드리겠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항소 시한이었던 지난 7일 자정까지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대검은 항소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지만,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이진수 차관은 일부 피고인이 검찰 구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고, 1심 판결에 법리적 오류가 없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냈다. 이후 대검은 중앙지검에 항소 불허 방침을 통보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형사소송법상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항소심에서 피고인 형량이 1심보다 높아질 수 없게 됐다.

노 대행은 전날 입장문에서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항소 포기 지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정진우 중앙지검장은 즉시 사의를 표명하며 “대검의 지휘권은 따라야 하고 존중돼야 한다”며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다”고 반박 입장을 냈다.

이 과정에서 대검 지휘부가 법무부 의견을 듣고 불허 결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고, 검찰 내부에서는 “사건의 법리 판단보다 정치적 고려가 앞섰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정성호 “대장동 사건, 성공한 수사·재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문답)에서 “대장동 사건은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성공한 수사, 성공한 재판이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구형보다 높은 형이 선고돼 항소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서 “대검찰청이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했을 때 ‘신중하게 판단하면 좋겠다’고 했다”고 했다.

사실상의 수사 지휘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구체적 사건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법무부와 대통령실의 판단이 항소 포기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여전히 팽배한 상황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스스로 공소유지라는 본연의 책무를 내려놓았다는 비판과 항소 포기 결정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두고 내년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터진 마지막 검란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