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정의 1도 올린 세상] X세대의 또 다른 이름 영포티

[이연정의 1도 올린 세상] X세대의 또 다른 이름 영포티

이연정 충무교육원 교육연구사

기사승인 2025-11-11 09:58:06
이연정 충무교육원 교육연구사

요즘 영포티(Young Forty)라는 말이 핫하다. 

영포티는 40대임에도 젊은 감각과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사람들, 즉 마음가짐이나 생활 태도가 젊은 40대임을 말한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는 여기까지이며, 어떤 이들은 억지스럽게 젊음을 과시하거나 젊은 트렌드를 과소비하는 조롱의 의미로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하든, 필자는 영포티의 의미가 퍽 신선하고 40대를 잘 표현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젊었을 때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의 40대는 그렇게 불릴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  

X세대의 또 다른 이름 낀 세대, 잊혀진 세대, 고통받는 세대.

X세대는 우리나라에서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에 출생하여 1990년대에 20대가 된 이들을 말하며, 세상에 저항하며 자기만의 세계를 만든 자존감 강한 세대이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에겐 쪽수로 밀렸고, MZ세대보다 미래 담론에서는 외면되기도 했다. 공교육의 혜택은 누렸지만, 다양한 정책과 복지에서는 소외되었고, 부모를 봉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로부터 독립해야 하는 첫 세대이기도 하다. 

캐나다 작가 더글러스 커플랜드는 소설 'Generation X'에서 X는 ‘정의할 수 없음’을 의미하고, X세대는 이전 세대의 전통과 문화, 가치관 등을 거부하는 새로운 집단이라 하였다. 필자는 X세대이고, X세대인 것이 퍽 마음에 든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를 이끌어갈 기성세대로서의 X세대가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 한창 중년에 들어선 X세대가 이끌어갈 미래는 어떤 새로움을 만들고 있을까? 

X세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교과서로 학습했고, 6월 민주항쟁을 겪었다. 실제 국민학교를 졸업했지만, 생판 처음 듣던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으며 1988년 나라의 가장 큰 행사인 88서울올림픽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독재를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머리가 굵었을 즈음 민주주의를 알게 되었다. 아날로그부터 디지털까지, 만화책에서 웹툰까지, 오락실부터 PC게임까지, 공중전화에서 삐삐로 핸드폰으로, 카세트테이프에서 비디오, CD, USB까지,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빠르게 적응해 나갔던 세대.  

부모의 빈약한 살림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K-장(남)녀였고, 개천의 용이 되기도 했으며, 이승복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배웠지만, 평화통일 포스터를 그린 세대이기도 하다. IMF 경제 위기에 부모 세대의 생사를 걱정하며 생계에 뛰어들었고, 구국을 위한 애국심으로 은가락지를 내놓았다. 개인의 일탈을 꿈꾸었으나 때론 연대의 힘도 배운 세대.  

필자 역시 대학에 입학하며 IMF의 직격탄을 맞아 일하며 공부했고, 공부하며 일했다. 눈앞에서 스러져 간 어버이들의 헌신에 노동의 숭고함을 알았고, 개천의 용을 꿈꾸며 공부에 열중했다. 처음으로 대통령 투표에 참여하며 직접민주주의의 숭고함을 알았고, 때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을 돌며 탑 브라와 골반바지를 입었고 야타족이나 오렌지족을 비판했지만, 사치가 부러운 감정을 갖게 한다는 것도 알았다. 이런 도전적인 X세대에 대해 기성세대는 혀를 내둘렀지만, 기성세대의 꾸지람을 온전히 수용한 세대기도 하다.  

격변의 시대, 단절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런 시대일수록 필요한 세대가 영포티 아닐까? 

중간 세대로서 세대와 소통하는 가교역할을 하는 X세대

새로운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변화를 주도하는 영포티. 

필자는 X세대의 또 다른 이름 영포티의 삶을 지지한다. 젊음과 늙음의 과도기에 선 40대의 삶을 긍정으로 본다. 늘 격변의 과도기에 서 있던 교집합 세대.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경제를 이끄는 든든한 가장 역할을 하고 있고, 개인주의와 연대 의식을 골고루 갖추고 있으며 위기마다 올바른 선택에 다수가 참여한 40대, 영포티. 

여전히 시작이다. 

영포티에 위로와 격려와 지지를 보내며.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