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산업이 방송과 OTT를 새로운 유통 채널로 삼으며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콘텐츠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첫 방송된 tvN <퍼펙트 글로우>와 최근 종영한 쿠팡플레이 <저스트 메이크업> 등 뷰티 예능 프로그램의 등장은 콘텐츠를 활용한 유통 확장의 사례로 평가된다.
이 같은 변화는 K-뷰티의 글로벌 위상 강화와 맞물린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시장으로 수입된 한국 화장품 규모는 17억1000만달러다. 국가별 순위 1위를 기록했다. 프랑스(12억6300만달러, 2위), 캐나다(10억 2200만달러, 3위) 등 전통적인 뷰티 강국을 제치고 K-뷰티가 업계의 구조적 강자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K-뷰티 제품의 세계 수출은 팬데믹 이후 빠르게 회복하며 새로운 성장 궤적을 그리고 있다. 한국무역통계원(KTSPI)에 따르면 지난 2021년 52.8%였던 대중국 수출 비중은 점차 감소한 반면, 미국·일본 등지로의 수출은 꾸준히 증가하며 시장이 다변화됐다. 업계에서는 “과거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구조가 북미·일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K-뷰티가 진정한 글로벌 산업으로 체질 전환 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유통채널과 제작사들은 이 같은 글로벌 확산을 콘텐츠를 통해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퍼펙트 글로우>(tvN)는 국내 유명 헤어·메이크업 전문가들이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뷰티숍 ‘단장’을 운영하는 예능이다.
메인 스폰서인 올리브영은 뉴욕 현지에 ‘올리브영존’을 구성해 콘텐츠 연계 마케팅의 새로운 모델을 선보였다. 현지 고객이 한국식 스킨케어 단계를 체험하고, 겔 마스크팩·멀티 토너패드 등 독특한 K-뷰티 제품을 직접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또 피부 타입 측정 후 상품을 추천하는 ‘스킨스캔 서비스’를 예능 프로그램 내에 녹여내며 체험형 콘텐츠 마케팅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단순히 상품 노출을 넘어 K-뷰티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는 방법으로 예능 포맷을 활용했다”라며 “글로벌 K-뷰티 리더로서 전 세계에 K-뷰티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유통에서도 K-뷰티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현재 미국 아마존에는 1200개가 넘는 K-뷰티 브랜드가 입점해 약 2만개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아마존 미국 스토어에서의 K-뷰티 제품 판매량은 2023년 대비 70% 이상 증가했으며, 한국 뷰티 셀러 수도 두 자릿수 이상 늘었다. 아마존뿐 아니라 틱톡숍, 세포라 온라인 등에서도 K-뷰티 카테고리가 급속히 확장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K-뷰티가 예능과 OTT를 통해 보여주는 건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한국식 뷰티 경험이라고 설명한다. 국내 뷰티 기업 관계자는 “피부 진단, 단계별 스킨케어, 맞춤형 메이크업 등 서비스 과정 자체가 콘텐츠가 되고, 그 경험이 곧 수출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최근 수출 회복세 역시 이런 체험형 확장과 맞물려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단순히 판매가 늘었다기보다, 한국식 뷰티 문화가 북미·유럽 시장에서 현지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며 “K-뷰티 예능이 글로벌 시장에 한국형 뷰티 경험을 직접 이식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