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중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로버트 리먼 컬렉션 국내 최초 공개

국중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로버트 리먼 컬렉션 국내 최초 공개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 개최
빛으로 예술을 바꾼 순간을 만나다

기사승인 2025-11-13 10:00:05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 전시 포스터.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은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품 총 81점을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특별전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을 14일부터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대표 소장품인 ‘로버트 리먼 컬렉션’의 회화와 드로잉 65점을 중심으로, 유럽회화, 근현대미술, 미국 미술, 드로잉과 판화 부서의 주요 작품 16점을 더해 구성됐다.

대중적으로 익숙한 ‘인상주의’를 새롭게 조명하다

인상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미술 사조 중 하나다. 밝고 다채로운 색감, 순간의 빛을 포착한 표현, 개성적인 화풍 덕분에 한국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인상주의는 단순히 ‘아름다운 그림’의 시대가 아니다.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예술가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었고, 그 변화의 중심에 인상주의가 있었다.

이번 특별전은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으로 이어지는 예술의 전환기에 주목한다. ‘몸, 초상과 개성, 자연, 도시와 전원, 물결’을 주요 키워드로 화가들이 전통적 장르(누드화·초상화·풍경화)를 새롭게 해석한 과정을 보여준다. 관람객은 인상주의가 모더니즘으로 이어지는 사조의 흐름을 따라가며, 익숙한 인상주의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리먼 브라더스 집무실에 있는 로버트 리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내 최초로 만나는 로버트 리먼 컬렉션


이번 전시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로버트 리먼 컬렉션’을 중심으로 기획된 전시를 국립중앙박물관이 협력해 한국 관람객의 시선에 맞게 새롭게 재구성한 것이다. 출품작 대부분은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대표 소장품인 리먼 컬렉션에 속하며,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라는 주제를 한 수집가의 안목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로버트 리먼 컬렉션’은 1910년대 부친 필립 리먼(1861–1947)으로부터 시작해, 로버트 리먼(1891–1969)에 이르기까지 두 세대에 걸쳐 축적된 방대한 수집품이다. 로버트 리먼은 특히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로 이어지는 프랑스 회화, 즉 인상주의와 그 이후의 미술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작품을 모았다. 그는 전문 자문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감식안으로 작품을 선택한 독립적 수집가로, 그 탁월한 안목은 오늘날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컬렉션을 형성했다. 이번 전시는 리먼이 주목했던 인상주의의 예술적 본질과 그의 수집 철학을 함께 조명하며, 관람객이 한 수집가의 시선을 통해 인상주의가 열어젖힌 예술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도록 이끈다.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을 보다

이번 전시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해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화가들이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법으로 당대의 삶과 풍경을 그려낸 과정, 그리고 사회 변화가 예술에 미친 영향을 ‘몸, 초상과 개성, 자연, 도시와 전원, 물결’의 다섯 가지 주제로 풀어낸다. 관람객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몸’에서 출발해 이웃과 공동체, 자연, 도시, 그리고 물가로 확장되는 화가들의 시선을 따라 전시의 여정을 함께하게 된다.

빛을 수집한 사람들, 다양한 연출로 만나다

이번 전시는 ‘빛’을 매개로 인상주의의 변화와 로버트 리먼의 수집 세계를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공간과 영상 연출을 통해 예술가의 시선과 수집가의 감각이 만나는 장면을 생생하게 구현한다.

오귀스트 르누아르, 해변의 사람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리먼 윙은 리먼의 유언에 따라 그가 나고 자란 뉴욕 리먼 가문의 저택 분위기를 재현한 공간이다. 이번 전시의 프롤로그에서는 이러한 저택의 요소들을 반영해, 붉은 벨벳 커튼과 은은한 조명 등으로 수집가 리먼의 삶과 예술의 만남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전시장은 ‘집 안에서 밖으로’라는 여정 구조로 설계되었다. 인물화 중심의 1·2부는 방과 창문이 있는 실내 공간으로, 이후 3부부터는 풍경화 중심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르누아르의 대표작과 창 너머 풍경처럼 이어지는 전시 동선은 화가들이 경험한 시선의 확장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인물화에서 풍경화로 전환되는 구간에는 빛과 영상 설치 공간을 마련해, 화가들이 야외에서 마주한 자연의 변화와 ‘순간의 인상’을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지는 5부 ‘거울처럼 비치는, 물결 속에서’는 곡선형 벽면과 반사 조명으로 바닷가의 물결과 빛의 흔들림을 구현한다. 마지막 영상 공간에서는 인상주의의 핵심인 ‘물에 비친 빛과 색채의 탐구’를 주제로 전시가 마무리된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의 협력을 통해 세계 미술사의 중요한 흐름을 국내에 소개하는 뜻깊은 자리”라며 “관람객들이 작품을 통해 빛이 예술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체감하고, 예술의 생명력을 새롭게 느끼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김영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