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수 딥아이 대표 "AI 비파괴검사 새로운 표준 만들 것"

김기수 딥아이 대표 "AI 비파괴검사 새로운 표준 만들 것"

AI 기반 비파괴검사 기술, 美 전력연구원 인증 획득
SK엔무브 등 국내 주요 정유·화학 플랜트 현장 도입

기사승인 2025-11-14 07:12:03
울산 울주군에서 추진되는 강소 연구개발특구 육성 사업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에 나선 기업이 잇달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쿠키뉴스는 스타트업의 혁신과 성장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강소특구 사업의 성과를 대변할 기업 3곳의 수장을 차례로 만나 창업 여정을 듣고 기술 경쟁력과 비전을 들여다본다.[편집자주]

김기수 딥아이 대표.

"인공지능(AI) 기술로 산업용 비파괴검사 방식을 혁신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일터와 세상을 만들겠다." 

김기수(35) 딥아이 대표는 "비파괴검사는 제품이나 설비를 손상시키지 않고 내부 결함을 진단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지만, 여전히 방대한 검사 데이터를 숙련자의 수동 평가에 의존하고 있다"며 "AI를 통해 이 과정을 자동화하고 정량화함으로써 검사 효율성과 정확도를 동시에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딥아이는 원전 관형 열교환기 와전류탐상(ECT) 자동평가 솔루션을 시작으로, 정유·화학 플랜트와 배관 등 산업 전반의 검사 영역으로 기술을 확장하며 AI 기반 비파괴검사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2022년 한국수력원자력 사내벤처에서 분사창업(Spin-Off)한 이후 올해 1월 미국 전력연구원(EPRI)으로부터 세계 최초로 AI 기반 성능검증 데이터베이스 자동분석 프로그램(AAPDD) 인증을 획득하며 기술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주요 플랜트뿐 아니라 해외 원전 및 에너지 기업들과의 실증 및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AI 비파괴검사 분야의 글로벌 신뢰성과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김 대표는 "딥아이는 데이터와 AI 기술을 통해 산업 안전의 기준을 새롭게 정의하고 전 세계 현장에서 통용되는 AI 비파괴검사의 글로벌 표준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김기수 대표와의 일문일답.

◇ AI 분야에 창업하게 된 계기.
- 한국수력원자력 근무 당시 원전 현장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AI 기술을 적용할 수 없을까 고민했던 것이 출발점이었다. 이후 UNIST 창업지원프로그램을 통해 구체화했고, 2020년 한국수력원자력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공식 창업했다.

◇ 창업 5년 차인데 그동안 어려운 점은 없었나.
- 투자유치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우리의 기술을 수요로 하는 고객을 만나서 실제 목소리를 듣는 그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대체로 많은 기관에서 스타트업 을 돕기 위해 고객사가 될 만한 사람들을 매칭해주는데 안타깝게도 실제로 담당자를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또 고객사와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단발성으로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회사 입장에서는 일정 금액을 받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보다 그 이후 사업의 지속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딥아이가 개발한 AI기반 열교환기 수명 예측과 유지보수 시스템에 대해 설명해달라. 
정유·화학 플랜트의 주요 설비들은 대부분 1970~80년대 산업화 시기에 건설된 이후 노후화되면서 열교환기 등 핵심 장비의 건전성 평가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기존 IRIS 방식은 신뢰성 있는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지만 결과 해석 단계에서 여전히 검사자의 수동 평가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로 인해 판독 오류 가능성이 존재하고 분석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 운영사들의 부담이 컸다. 딥아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K엔무브를 비롯한 국내외 플랜트 운영사로부터 약 4만 건에 달하는 실제 현장 데이터를 공여 받아 이를 학습한 AI 기반 자동평가 솔루션을 개발했다. 해당 시스템은 IRIS 신호를 자동 분석하고 감육률 계산을 통해 잔여 수명을 예측하며, 결과 리포트까지 자동으로 생성한다. AI가 사람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는 구간을 최소화하면서 미세 결함까지 정량적으로 판별할 수 있게 되어, 검사 정확도와 신뢰성이 크게 향상됐다. 또한 분석 소요 시간은 90% 이상 단축되고, 비용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등 현장 효율성을 입증했다. 결국 딥아이의 기술은 'AI 자동평가를 통한 IRIS 검사 혁신'으로, 정유화학 플랜트의 노후 설비 유지보수 프로세스를 한 단계 진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I 활용 비파괴검사 자격검증 프로그램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딥아이 제공.

◇ 최근 딥아이가 신기술(NET) 인증을 획득했는데 어떤 기술이 인정받았나.
- 딥아이는 AI 기반 비파괴검사 자동평가 기술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신기술(NET) 인증을 획득했다. 이번 인증은 AI가 검사 신호를 자동 분석하고 결함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기술이 국가 공인 수준의 신뢰성과 산업 적용성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기술은 'DEEP-NDT'로 명명된 자사 독자 솔루션에 적용되어 있으며, 정유·화학·발전소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열교환기의 ECT(와전류탐상)·IRIS(초음파) 검사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석·평가할 수 있다. AI가 신호 해석 전 과정을 자동화함으로써 검사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의 한계를 해소했고 평가 정확도와 일관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또 검사 시간은 최대 90% 단축되고 비용은 절반 수준으로 절감되는 등 산업 현장의 실질적인 효율화 효과를 입증했다. 이번 NET 인증을 통해 딥아이는 국가가 공인한 비파괴검사 AI 기술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으며, 향후 원전·정유·화학 등 고위험 산업군 전반으로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성과 지표가 있다면.
- 딥아이는 세계 최초로 미국 전력연구원(EPRI)으로부터 AI 기반 성능검증 데이터베이스 자동분석 프로그램(AAPDD) 인증을 획득하며 기술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또 한국수력원자력의 보조계통 열교환기 전열관 와전류검사 신호평가 자격검증 체계인 'BOPH-A'를 통과하며 국내 산업계에서도 품질 기준을 충족했다. 이러한 국제·국내 인증을 기반으로 딥아이의 AI 자동평가 솔루션은 SK엔무브를 비롯해 이수스페셜티케미칼 등 국내 주요 정유·화학 플랜트 현장에 도입돼 실제 운용 중이며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시범적용까지 마친 상태다. 이를 통해 검사 효율 향상과 비용 절감 효과를 입증하며 산업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정 제2000호 연구소기업으로 선정됐으며 AI 비파괴검사 분야에서의 약 20건의 지식재산권 확보를 통해 기술적 독창성과 지속 가능한경쟁력을 공고히했다.

◇ 창업기업 성장을 위해 특구나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단순한 자금이 아니라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나 지자체의 역할은 돈을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제도적·기술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에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대기업은 이미 갖춘 인프라와 자원을 바탕으로 혁신을 이어가지만 스타트업은 그 기본 조건조차 마련하기 어렵다. 따라서 공공기관이 해야 할 일은 이 격차를 줄여주는 것, 즉 기술 실증 기회 제공, 규제 개선, 핵심 인력 확보 지원과 같은 현실적 도움이다. 단기 성과를 위한 보조금 중심의 지원은 오히려 기업의 자생력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산업 생태계를 왜곡시킬 수 있다. 정말 필요한 것은 스타트업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며 그런 생태계가 마련될 때 진정한 혁신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향후 국내외 시장 진출 전략은.
- 딥아이는 국내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실증 경험을 기반으로, 해외 주요 원전 및 플랜트 운영사와의 기술 협력 및 실증 프로젝트(PoC)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각국의 현장 환경에서 AI 기반 비파괴검사 자동평가 기술의 신뢰성과 적용성을 검증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또 미국, 유럽, 중동, 아시아 등 주요 에너지 시장을 중심으로 파트너십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술 수출뿐 아니라 공동 기술개발 및 표준화 협력까지 추진 중이며 향후 현장 실증을 통해 전 세계 산업 현장에서 통용되는 AI 비파괴검사의 글로벌 표준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손연우 기자
syw@kukinews.com
손연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