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철강산업 생태계 회복을 위해 여야가 공동으로 발의한 이른바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이 정쟁 속에 또 다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달 정부가 발표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면서 업계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실 등에 따르면, 이날 진행되는 국회 본회의에 54개 비쟁점법안이 상정된 가운데 K-스틸법은 상정 안건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본격적인 예산 심사를 앞두고 여야는 정쟁 이슈에 연관돼 있지 않거나 공동 당론으로 제안한 민생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우선 처리하기로 당초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로 인해 갈등이 격화하면서 K-스틸법을 비롯해 반도체특별법 등 산업 현안 입법이 무기한 보류됐다.
K-스틸법은 지난 8월4일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상휘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여야 의원 106명이 함께 공동발의했다. 철강산업의 녹색 전환을 위한 핵심 기술 개발, 설비 투자, 세제 감면, 생산비용 지원 등 종합적인 재정 지원을 담고 있다. 국가기간산업인 철강산업의 불황이 지속됨에 따라 22대 국회 들어 여야가 처음으로 공동 당론으로 내놓았지만, 정작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무용지물인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율 관세, 건설경기 침체, 통상환경 악화 등 악조건이 해소되지 못해 주요 철강기업은 물론 중견·중소 생태계가 붕괴될 위기인 가운데 지원책들이 원활하게 마련·시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당장 한두 달 뒤가 걱정인 상황인데, 지원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달 내놓은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지난 4일 산업통상부가 내놓은 해당 정책은 △철근 등 범용재 설비 축소 △수출 보증 상품 신설 △반덤핑 관세 조치 △고부가·저탄소 철강재 생산 전환 지원 등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는 내용이 골자다.
반덤핑 관세 조치, 수출 보증 상품 신설 등 정부 차원에서 마련할 수 있는 지원책들이 담겼으나, 산업용 전기요금 문제 해소와 더불어 수출 보증 상품 외 통상대응 대책의 부재 등 실질적인 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최근 입장문을 통해 “철강산업 고도화라는 이름 아래, 기업의 논리와 시장 자율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며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계, 그리고 지역사회의 산업 공동화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는 “정부가 미국의 50% 관세, EU 세이프가드, 인도 품질인증 등에 대해 협의를 본격화하겠다고 하지만, 그동안의 결과는 ‘협의 중’이라는 말뿐”이라며 “이와 관련한 정책금융 확대나 수출보험 지원 강화 같은 실질적 재정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수소환원제철 전환 추진 역시 글로벌 탈탄소 전환에 비해 한참 늦어 해당 전환이 이뤄질 시점이면 국내 철강산업이 이미 고사된 후일 가능성이 높다”며 “철강산업이 진정한 미래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정부가 노동자·지역사회와 함께 정의로운 산업전환의 길로 나서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