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커피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루 커피 섭취량은 늘었지만 카페인 부담을 줄이려는 소비가 확산되면서 ‘디카페인’이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생산·수입량부터 카페·스틱커피 매출까지 전방위로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 역시 소비자 오인을 줄이기 위해 표기 기준을 전면 손질했다.
14일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디카페인 커피 생산량은 1864만1962㎏으로 집계됐다. 2020년 646만3307㎏에서 2.9배 늘어난 수치다. 디카페인 커피 수입량은 2020년 988톤에서 2024년 1700톤으로 1.7배 늘었다.
성장세는 커피전문점에서 가장 뚜렷하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최근 3년 연속 디카페인 판매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2년 2020만 잔, 2023년 2100만 잔에 이어 2024년에는 3270만 잔으로 크게 늘었으며, 아메리카노 10잔 중 1잔이 디카페인일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투썸플레이스도 2022년 대비 2023년 판매량이 약 30% 증가했고, 2023년에서 2024년 사이에는 약 63% 늘며 2년 만에 판매량이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올해는 지난 10월19일까지 디카페인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최근 커피가 단순한 카페인 음료가 아니라 개인의 취향과 컨디션에 맞춰 고르는 일상의 루틴으로 자리 잡으면서 디카페인을 찾는 고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고, 감도 높은 브랜드 경험을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스틱커피 시장에서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스틱커피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는 동서식품의 디카페인 매출은 2022~2023년 약 300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33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9월까지 누적 292억원으로 전년 대비 19.5% 증가했으며,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말에는 연간 매출 4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회사는 전망하고 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카페인 음용이 늘면서 임산부 위주로 먹었던 게 일반 소비자들도 카페인 섭취량을 조절하거나 숙면을 고민하면서 먹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제도 정비에 나섰다. 식약처는 최근 ‘식의약 안심 50대 과제’ 가운데 하나로 ‘디카페인 커피의 명확한 기준 마련’을 선정했다. 현재는 카페인의 90% 이상만 제거하면 디카페인으로 표기할 수 있어 제품 간 실제 잔류량 차이가 컸다.
일부 소비자는 ‘디카페인은 카페인이 전혀 없다’고 오해하고 음용해 불면이나 심박 증가 등 부작용을 호소해 왔다. 식약처는 다음 해 3월부터 카페인 제거 후 잔류 카페인 함량이 0.1% 이하인 커피 원두를 사용한 커피만 ‘디카페인’을 표시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전문가는 디카페인 확대가 단순히 ‘카페인을 덜 마시려는 선택’을 넘어 커피 소비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봤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건강을 고려한 음용 습관이 강해지면서, 각성 효과보다 맛과 휴식 경험을 중시하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식약처의 명확한 기준 도입은 소비자가 제품을 고를 때 혼란을 줄여주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일수록 건강 관심이 커져 커피를 마셔도 디카페인을 찾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며 “다만 브랜드마다 잔류 카페인 기준이 달라 소비자들이 디카페인 선택 시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고, 이번 식약처 규제는 이런 상황을 정리해 주는 취지로 보인다”고 봤다. 이어 “자영업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명확한 표기 기준이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