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패션기업인 삼성물산·한섬·신세계인터내셔날이 3분기 나란히 수익성 둔화를 겪었다. 소비심리 위축과 이상기후로 계절상품 판매가 부진하면서 패션 부문 실적이 악화된 영향이다.
14일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3분기 매출 4450억원, 영업이익 1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0% 넘게 감소했다. 수입 브랜드 판매가 늘었으나 할인·판촉 확대와 재고 처리 비용이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김기룡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건설·바이오 부문 호조에도 패션 부문 영업이익률이 2%대에 그치며 부진했다”며 “해외 럭셔리 브랜드 매출은 견조하지만, 내수 소비 둔화의 영향이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한섬은 주력 브랜드 매출 감소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3분기 매출은 3096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줄었고, 영업이익은 25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0.8%로 전년보다 1.1%p 하락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추석 이후 10월부터 객수·객단가가 모두 두 자릿수 성장으로 전환했다”며 “연말 소비심리 회복세가 이어지면 매출 상향 여지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섬은 고가 여성복 시장에서 ‘클래식·타임·시스템’의 정체성이 뚜렷한 만큼, 소비 회복기에는 브랜드력에 기반한 반등 여력이 큰 상황이다. 다만 인디 브랜드와 온라인 중심의 젊은 소비자층 이탈이 계속되고 있어, 브랜드 리뉴얼과 가격 정책이 관건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3104억원으로 전년 대비 4.9%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전환(-20억원)했다. 해외패션 부문 매출은 9.9% 증가한 반면, 국내 패션 매출은 백화점 여성 캐주얼 부진으로 15% 감소했다. 화장품 부문에서는 ‘연작’과 ‘어뮤즈’ 등 신규 브랜드의 성장세가 두드러졌으나, 면세 채널 비중이 큰 ‘비디비치’ 부진이 전체 이익을 끌어내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소비 회복세로 4분기부터는 해외패션과 코스메틱이 실적 반등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국내 패션 부문은 여전히 재편 과정에 있어, 구조조정과 브랜드 정리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점진적 회복세가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형권훈 SK증권 연구원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업황 회복세가 확인됐지만, 이익 체력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탑라인 회복의 지속성과 국내 패션 사업 구조 개선이 핵심 과제”라고 내다봤다.
매출이 증가한 코오롱FnC도 패션 부문 실적은 좋지 않다. 코오롱FnC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1806억원, 영업이익 26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2% 늘었지만, 패션부문은 오히려 적자폭이 확대됐다. 3분기 패션부문 매출은 2277억원, 영업손실은 165억원으로 전년보다 손실이 커졌다.
코오롱스포츠, 골프웨어 등 주요 브랜드가 경쟁 심화 속에서 할인율을 높였지만, 시장 점유율 방어에는 한계가 있던 것으로 해석된다. 기온이 늦게 떨어지면서 아우터 판매 시점이 밀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백모(34)씨는 “패션업계의 할인율이 평균 50%에 가까울 정도로 높아졌다”며 “판매량은 유지돼도 수익이 남지 않는 구조로, 단기 실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소비자가 지갑을 여는 시점이 늦어지고 있다”며 “고가 수입 브랜드는 소수 소비층 중심으로 유지되지만, 중가 캐주얼 시장은 재고와 할인 경쟁이 격화돼 마진이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패션 기업 관계자는 “국내 패션 시장은 이제 ‘소비의 이중화’가 고착된 상태”라며 “럭셔리 브랜드는 견조한 반면, 중저가 브랜드는 온라인 중심의 ‘가격 게임’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 여력이 한계에 달한 만큼, 글로벌 확장이나 라이프스타일·뷰티 사업으로의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불가피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