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노동자들은 손을 다치는 일이 많다. 베이거나 찍히고 끼이는 등 상처를 막기 위해서는 자상방지 장갑을 끼고 근무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 목장갑을 제공하는 영세 업체들이 다수이다. 문제는 법제화가 세부적으로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산업안전에 필수 장비지만 내부를 들여다 보면 허술함이 노출된다.
국내는 산업안전보건법상에 육류 발골 작업 등에만 자상방지 장갑 착용이 의무화 돼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는 장갑의 성능을 측정하는 표준 등급을 A1~A9까지 나눈다. 유럽은 장갑의 기계적 위험 저항 성능을 수치로 표현한다. 그러나 국내는 산업안전보건법상에 KCS인증을 받은 장갑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는 규정만 제시한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장갑 제조업체는 대부분 베트남으로 이전한 상태다. 이커머스 매장에도 대부분 중국, 베트남산 장갑이 다수를 차지한다. 국내에는 10군데 남짓 장갑 제조업체가 남았다. 이 중 경남 양산시에 특수장갑을 내놓으며 장갑 제조 명맥을 이어가는 업체가 있어 주목된다. 지난 13일 쿠키뉴스가 경남 양산시 한 특수장갑 제조 업체를 찾았다.
10대부터 30년간 장갑 원단 제조라는 외길을 묵묵히 걸어온 임영욱(51) 기술인과 그와 함께 업을 영위하는 태명포리텍 염양규(55) 대표가 해당 장갑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염 대표는 "사망사고를 줄이는 것과 함께 일반 작업자가 다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닭을 튀길 때 손목이 데이거나 칼을 쓰는 일을 할 때 손을 다치지 않도록 하면 우리 이웃의 일터가 조금은 더 안전해 질 것이다. 장갑은 노동자에게 밥먹을 때 쓰는 수저같은 도구다. 장갑이 노동자들을 더 잘 보호하도록 하자는 사명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명포리텍이 생산하는 제품은 듀퐁, DSM과 같은 글로벌 회사에서 라이센스를 받았다. 국내에는 장갑 라이센스를 주는 공식 기관도 없을 만큼 허술하고 일반 대중의 인식도 낮은 실정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임영욱 기술인은 장갑을 직조하는 분야에 특화된 기술을 가지고 있다. 강한 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30년 동안 업을 이어가며 기술력을 축적 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청 방검 장갑을 제조한다. 칼로 찌르고 베어도 손을 다치게 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강한 커터칼로 장갑을 찌르고 베어도 장갑에 전혀 손상이 없고 손도 상처가 없었다.
그는 "세계적 추세가 장갑 세분화다. 대량생산은 할 수 없지만 첫째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 섬유는 실이 원천기술인데 다품종 소량으로 생산을 하고 인증서까지 받아 틈새 시장을 노리고 있다. 정부와 국회에서 노동자 안전을 위한 장갑 착용 관련 세분화된 법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맥도날드에 내열 토시도 제조해 판매한다. 햄버거 패티를 구울 때 뜨거운 기름이 튀어도 화상을 입지 않도록 하는 제품이다. 국내에는 아직 대중화 되지 않은 실정이지만 한달에 500~1000켤레가 나간다.
태명포리텍은 국내 굴지의 섬유업체인 코오롱에 안전복블라스트 원단도 제공한다. 최근에는 근로자들이 누구나 특수장갑을 쉽게 접하고 경각심을 가지도록 양산 석계일반산업단지 입구에 매장을 만들었다.
대기업에 납품되는 장갑제품은 특정 노조와 대형 장갑제조 업체의 짬짜미로 판매망이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태명포리텍은 지역 중소영세업체부터 노동자 안전의식을 높이는 특수장갑 착용 저변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